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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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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418회 작성일Date 11-02-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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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

  바다 앞에 섰습니다. 파란 바다 앞에서 나는 아무런 색깔도 낼 수 없었습니다. 파란 바다 색깔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바다는 끝없는 무한이며, 나는 작은 한 점이었습니다. 바다는 아름다움이며, 나는 추함이었습니다. 바다는 위대하였고 내 속은 좁았습니다. 바다는 하나님이 다스리시고 나는 내가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바다의 바람 앞에 섰습니다. 바람은 시원하였고 나는 답답했습니다. 바람은 강하였고 나는 약했습니다. 바람은 계속 불어왔고 나는 이내 지쳤습니다. 바람은 모든 것을 날릴 수 있었고 나는 그 앞에서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바람은 위대하였고 나는 그 앞의 작은 존재일 뿐 이었습니다. 바람은 하나님이 다스리시고 나는 내가 다스리고 있습니다. 갑자기 찬송가 31 장이 떠올랐습니다.
 ‘저 아름답고 놀라운 일이 가득한 이 땅, 다 주의 조화, 그 힘 찬 명령에 터 잡히나니 저 푸른 바다는 옷자락이라’
끝없는 바다, 반원 모양의 수평선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보여 줄 뿐, 아무리 멀리 가도 바다는 끝이 없습니다. 그 바다를 하나님이 다스리십니다. 그래서 바다 앞에 선 인간은 하나님 앞에 선 것과 같습니다. 무한 앞에서의 유한이며, 광활함 앞에서의 한계였습니다. 모든 것을 다 받아줄 수 있는 포용 앞에서의 인색함이며, 침묵 앞에서의 변명이었습니다. 바람 앞에서의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의 죄인과 같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다 앞에 저를 세우시고 계속 바람을 보내셨습니다.  바람이 어디서 부는지 아는가?  바람이 어떻게 부는지 아는가? 바람이 얼마나 많이 부는지, 얼마나 오래 부는지 아는가? 하나님은 바람 속에서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나는 욥과 같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고백했습니다. 바람도, 바다도, 하나님이 어떻게 다스리시는지 나는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때서야 하나님께서 왜 나를 바다 앞에 바람을 맞으며 세우셨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해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지혜만을 구하며 살아야 하는 피조물임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내가 누구인가를 알고 싶으면 바다 앞에 서십시오. 바다가 얼마나 큰지 알면, 내가 얼마나 작은가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얼마나 크시고 나는 얼마나 작은지를 알게 됩니다. 바다는 하나님이 다스리시고 나는 그 다스림을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나팔수 강 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