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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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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518회 작성일Date 10-10-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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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납니다 !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산책을 했습니다. 발목 부상 때문에 한 달 이상 외출을 못 하다가 조금씩 걷기 시작해서 용지호수에 나갔습니다. 도로변에 차를 주차하고 호숫가를 도는데,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즐겁고 기쁜 일인지 새삼 제 다리에 감사했습니다. 이 무거운 체중을 가는 두 발목이 버티어 왔다는 것이 발목에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절뚝거리면서 걸을 때 마다, 사람들이 저를 보는 것 같아 장애자들의 심정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비장애인들이 장애 있는 분들을 생각해 주는 것은 그들의 장애에 관심을 가지는 것보다, 오히려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그 분들을 더 편하게 해드리는 것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안됐다는 듯 보는 그 관심이 저를 더 불편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장애의 경험도 하게 하시는구나 하면서 가을 저녁공기를 만끽하며 걸었습니다. 거리는 곧 어두워 져서 목발을 짚고 걷기에는 좋지 않았습니다. 다시 차로 돌아와서 가려고 하는데, 아뿔싸! 그만 주차비가 모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가진 것과 차에 남아 있는 동전을 다 털어 보아도 몇 백원이 부족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주차 관리하시는 분께 양해를 구하고 다음에 갖다 주기로 했습니다. 다리가 아프지 않다면, 쉽게 걸어올 수 있는 거리인데, 차를 타고 와야 하는구나 하면서 장애인들의 불편한 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아내는 모자라는 돈을 호숫가 주차관리소에 지불하려고 갔습니다. 주차 관리인에게 며칠 전 사정을 말씀 드리고 나머지 돈을 드리자, 주차장 아저씨 하시는 말이, ‘이것 주시려고 다시 오셨습니까?’ 하면서, ‘우리가 이런 일 하면서도 아주머니 같은 분 때문에 힘이 납니다!’ 하며 고마워하더라는 것입니다. 고마운 것은 오히려 아내 쪽 인데, 그 분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다보니 당연한 일을 한 아내에게 고마워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힘이 나게 돕는다는 것은 결코 크고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위로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만큼 상식이 귀하게 느껴지는 비상식적이고, 당연한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당한 사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장애는 이상한 것이 아니고, 주어야 하는 돈을 주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상식입니다. 신앙이란 특별한 일을하는 것이 아니고,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힘을 주고 위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셨는가 봅니다.
                                    나팔수  강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