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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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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440회 작성일Date 10-10-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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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

  624m 깊이의 지하 동굴에서, 69일 동안, 33명이 생존했다는 것은 기적이었습니다. 칠레 광산 매몰사고로 지하에 갇힌 광부들이 생환되자 온 세계는 구조 현장을 생중계하며 인간 승리를 축하했습니다. 암흑 속에서 위기의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뉴스 기자는 리더쉽, 단결, 희망, 이런 단어들을 꼽았습니다. 극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크게 감동 받은 것은 그들의 우정이었습니다. 구조 캡슐에 누가 먼저 탈 것인가 하는 순서를 정하는데 광부들은 서로 양보하며 다른 사람을 우선 내 보내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먼저 나가서 살고 싶을 것이고 가족들을 만나고 싶은 심정도 간절했을 것입니다. 구조 캡슐이 나중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여 구조가 더 늦어 질 수도 있고 동굴 속에서는 붕괴 등의 예기치 않은 위험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광부들은 서로 먼저 나가라고 양보하며 우정을 보였습니다. 이 우정이 바로 그 들을 69일 동안 지켜주었던 가장 중요한 생명력이라 느껴졌습니다.
  33명의 광부 들은 각자의  생계를 위해 광산에 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서로 친하지 않은 사이 일수도 있습니다. 광산에 온지 닷새 밖에 안 되는 사람도 있었고, 오래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 젊은 사람, 성격과 기질이 다 다른 사람들이 섞여있는 동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 혼자만 살겠다고 하는 사람 없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지낸 것이 드디어 구조 캡슐을 타는 순간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우정 있는 사람들로 만든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삶과 죽음을 같이하는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는 것 때문입니다. 이 공동체 의식이 그들을 그토록 끈끈한 우정으로 묶을 수 있는 것입니다. 광부 들이 함께 맞서 싸워야 하는 위험과 죽음 앞에서 그들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보다 더 진한 운명공동체로 묶는 곳이 교회입니다. 교회는 천국이냐 지옥이냐를 함께 결정하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나 혼자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른 형제와 같이 천국에 가든지, 지옥에 가든지 하는 운명공동체입니다. 이 공동체 의식이 우리를 서로 사랑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사랑 때문에 형제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광부들의 우정이 우리 안에 넘치기를 바랍니다.

                                  나팔수 강 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