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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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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621회 작성일Date 10-06-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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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졸업식
  2006년 5월, 제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 제 딸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였습니다. 미국에서의 고등학교 졸업은 성인으로 인정해 주는 큰 파티를 열어 줍니다. 남학생은 정장을 하고, 여학생은 파티복을 입고, 서로 파트너가 되어 파티에 참석합니다. 그때 여학생의 어머니는 신부화장을 해주듯 고등학생  딸의 머리미용과 얼굴 화장을 정성껏 도와줍니다. 그러면서 이제 숙녀로 커 버린 딸의 모습에서 자신의 젊었을 때의 추억을 그려보는 것이 미국 고등학교 졸업의 전통입니다. 그러나 딸의 졸업을 한 달 앞두고 저희 부부는 귀국 하게 되었고, 아내는 딸의 졸업 파티준비를 해주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딸아이가 졸업 파티의 사진을 보내왔는데, 저희 부부는 깜짝 놀랐습니다. 파티 복을 입은 딸(유혜)의 헤어스타일이 단발머리였던 것입니다. 파티에 가면서 왜 그 긴 머리를 잘랐을까 궁금해서 물었더니, 함께 단기선교를 다녀온 친구 중에 암에 걸려서 항암 치료를 받느라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 학생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소식을 듣고 함께 선교 다녀온 친구들이 암 투병인 그 친구의 고통에 함께 동참하는 마음으로 다 같이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졸업파티에 참석하기로 한 것입니다. 딸의 말을 들으면서 엄마가 챙겨 주지 못했지만 하나님께서 대신 만져주신 졸업파티 였구나 하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이제 딸은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그 녀석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혼자 네 번이나 지냈다는 것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외로울 때도 있었을 것이고, 엄마 아빠 생각이 날 때도 많았을 터인데, 그때 마다 같이 있어 주지 못 한 것이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하나님의 자녀를 목회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제 딸을 목회 해주셨습니다. 부모와 떨어졌어도 하나님께서 건강하게 잘 성장시켜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딸에게 ‘이번 졸업식에는 단발로 자를 일이 없겠지?’ 라고 물었습니다. 그 녀석은 ‘아빠가 와 보면 알아’ 하면서 은근히 제가 오기를 기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대학 졸업 가운을 입은 딸의 모습에서 아내의 젊었을 때의 추억을 그려봅니다.
 형제, 자매님들
 딸 졸업식에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나팔수 강 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