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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 꽃 나무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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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852회 작성일Date 10-04-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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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 꽃 나무 아래서

  진해 벚 꽃이 만개(滿開) 했습니다. 진해 벚 꽃은 예전 일정 시대에 일본 사람들이 자기들의 국화(國花)를 도시 곳곳에 심어서 진해를 일본화 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진해의 벚 꽃은 길게 약 백년 가까이 된 나무들도 있으리라 싶습니다. 지난 백 년 동안 진해 역시 우리나라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해군 기지로 쓰였고, 한국 동란 때 에는 군수 물품을 만드는 공업기지로도 쓰였습니다. 4.19의거와 5.16혁명을 거쳐야 했고, 최근에는 도시 개발정책에 따라 진해의 작고 아기자기한 모습이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 숲으로 바뀌어졌습니다.
 그러나 역사와 사람은 바뀌어져도, 벚 꽃은 여전히 봄을 알리며 진해를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자기를 보고자 오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 되었든 묵묵히 맞아 주는 벚 꽃 나무가 참 의젓해 보였습니다. 누구에게나 하나님의 창조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 모두에게 환한 웃음을 웃게 하는 벚 꽃의 하얀 웃음이 아름답습니다.
  벚 꽃 나무를 쳐다보며 사람의 수명이라는 것이 나무의 수명보다 못 한데, 그 짧은 인생을 그토록 투쟁하듯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살든 간에 하나님께서 주신 시간만큼 그 분의 창조와 구원의 은혜를 나타내며 사는 것이 인생의 도리일진대, 우리는 왜 그다지도 하나님의 뜻을 잊은 채 내 소견에 좋은 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부끄러울 뿐입니다.
  올 해도 벚 꽃은 또 피었습니다. 지난 백 년의 세월을 그렇게 피어 왔듯이 금년에도 여전히 눈과 같은 꽃송이들로 세상을 덮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여전히 덮고 계시는 하나님의 마음과도 같습니다. 우리의 거짓과 미움과 경쟁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그 분의 마음을 하얗게 보이고 계십니다. 그래서 벚 꽃 구경보다 벗 꽃 나무 아래서의 숙연함을 느끼게 됩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진해 가시거든 벚 꽃 나무 아래 잠시 서시지요. 그리고 백 년 벚 꽃 아래 잠시 지나가는 인생이라고 되새겨 보십시다.
                          나팔수 강 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