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교회

남산교회
로그인
생명의 말씀

목회단상

함께 산다는 것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666회 작성일Date 09-07-03 16:35

본문

함께 산다는 것

  제가 스물여덟 살에 결혼을 했는데 금년이 결혼 28주년이니 이제 아내와 부부로 함께 살아 온 시간이 내가 혼자 살아온 시간과 같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태어나서 몇 년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인 것을 감안하면 성년이 된 후 함께 살아온 아내와의 시간이 더 길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 그랬듯이 아내는 가장 오래된 친구라는 말이 조금씩 실감되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하고 싶을 때 같이 대화하고, 먹고 싶을 때 같이 식사하고, 걷고 싶을 때 같이 산책해 주는 친구가 아내 말고 또 있을까 싶습니다. 아내는 과연 오래 된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저 또한 아내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내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고, 아내와 같이 쇼핑도 가주고, 아내가 먹을 때 같이 먹는 것이
좋은 친구로써의 남편인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몇 일전 점심시간에 어느 자매님이 사역자들을 위해 교회사무실로 자장면을 배달시켜 주셨습니다. 저도 한 그릇 잘 먹고 사택으로 올라 왔는데, 아내가 점심 식사로 콩 국수를 준비해 놓고 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장면을 먹고 왔다고 하면 아내가 혼자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안 먹은 것 같이 하고 콩국수를 함께 먹었습니다. 배가 불러서 좀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더 소중하게 생각되어서 국물까지 다 마셨습니다. 아내는 그런 저를 보고 국수 더 있다고 하면서 한 그릇 더 가져오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더 먹었다가는 큰 탈이 날 것 같아서 그만 됐다고 하니 아내는 맛이 없어서 그러냐고 아쉬워하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아주 맛있었다고 하면서 얼른 남은 국물을 홀짝 다 마셨습니다. 맛이 좋다는 말에 아내는 만족 한 듯 콧노래를 부르며 식탁을 닦았습니다. 아내의 그런 모습을 보니 배는 불러서 좀 불편했지만 국수 한 그릇을 또 먹은 것이 참 잘 했구나 싶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산다는 것은 같이 먹고, 같이 걷고, 같이 이야기 하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하나님과 함께 산다는 것 또한 하나님과 같이 먹고 같이 걷고 같이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은 신을 찾아 가는 종교가 아니고, 신이 우리를 찾아와서 함께 살아주는 삶입니다.
 과연 하나님은 아내 보다 더 오랜 참 좋은 친구 이십니다.
                                                                                  나팔수 강 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