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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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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755회 작성일Date 09-05-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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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커피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 주시던 도시락 반찬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돼지고기에 계란을 묻혀서 부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요즘은 보통 ‘돈전’ 또는 ‘동그랑땡’ 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을 ‘무궁화 계란’ 이라고 불렀습니다. 생긴 모양이 무궁화 꽃 같은데다가 계란으로 싸여 있어서 제가 그렇게 명명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제가 무궁화 계란이라고 하면 어떤 반찬을 해 달라고 하는 것인지 곧 아시고 그 다음 날 도시락 반찬으로 싸 주시곤 했습니다. 지금도 무궁화 계란을 보면 어머니와 나만의 비밀스러운 추억과 같은 어린 시절의 도시락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요즘 저는 제 아내와 저만 아는 또 하나의 비밀스러운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OK 커피입니다. 어느날 아내가 만들어 준 커피가 어떤 커피점의 커피보다 더 맛이 좋아서, 그 후 계속 그 커피를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당신이 만들어 주는 그 커피 있잖아 하고 주문을 하면, 아내는 그때마다 어떤 커피 말이예요 하면서 되묻곤 합니다. 그러면 제가 그 커피를 설명 하는데, 모양은 커피 위에 하얀 유유가 덮여 있고, 맛은 단맛이 전혀 없으면서 커피의 쓴 맛이 입을 개운하게 해 주는 그 커피 말이야 하고 길게 늘어놓습니다. 그러면 그 때 서야 아내는 아! 우유를 거품 내서 만드는 커피요 하고 제가 원하는 커피를 내어 놓곤 합니다. 그래서 커피를 부탁 할 때 마다 설명 하는 것이 너무 길어서 이것을 어떻게 줄여서 말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나온 말이 OK 커피입니다.  OK 는 제 아내 이름 중 하나이면서 내가 바로 그 커피야 할 때 쓰는 Okay 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커피를 부탁 할 때 마다 이 이름을 씁니다. 가끔 아내가 만들어 주는 이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어떤 커피점의 커피 보다 더 맛있고 그윽한 커피를 즐기고 있음에 감사 하곤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가정에서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가정에 대한 감사이며, 아내가 만들어 주는 커피를 마시는 아내에 대한 감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나만 아는 커피의 비밀스러운 이름에 대한 즐거움도 있는것 같습니다.
오늘 아내만 아는 커피 이름, 혹은 자녀만 아는 음식이름 하나쯤 만들어 보면 어떨는지요?
 
                                    나팔수 강 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