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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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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산교회 댓글 0건 조회Hit 1,879회 작성일Date 07-06-1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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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에서 한 시간도 않되는 거리에 있는 자그마한 도시가 전 세계의 영화 팬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 있었던 국제적인 칸 영화제에서 밀양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잖아도 좋은 영화를 한 편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던 터라 저녁 늦게 아내와 함께 이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자그마한 시골 동네가 영화 전체의 배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단순한 배경 속에서 복잡한 인간의 내면세계가 언어로, 표정으로, 행동으로 표현 되고 있었습니다.
  남편 없이 어린 아들과 단 둘이서 살던 주인공 이 신애는 아들이 유괴범에 의해 살해된 후 고통 속에서 하나님 앞에 나옵니다. 신앙생활을 통해 서서히 아픔이 치유되었고, 드디어는 아들의 살해범을 용서하기까지 이릅니다. 교도소에서 살해범을 면회하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아들 죽인 범인을 용서한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살해범은 자기도 교도소 안에서 하나님을 믿고 회개했다고 하면서 주인공의 용서보다 먼저 하나님의 용서를 체험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피해자 이 신애를 위해 기도해 왔다고 했습니다. 범인의 이야기를 듣자 주인공은 갑자기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 원망으로 바뀝니다. 고통을 당한 피해자는 자신인데 왜 고통을 당하지도 않은 하나님이 그 범인을 용서하느냐는 것입니다. 용서의 자격은 하나님이 아니라 고통 받은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원망 속에서 정신병원까지 다녀 온 주인공은 햇빛 쬐이는 양지에 앉아서 머리칼을 자르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그 햇빛 속에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영화 제목 밀양 (secret of sunshine) 을 연상하게 합니다.
  내가 용서하기 전에는 하나님도 용서해서는 않된다는 인간의 극한 교만과 자기주장이 고발되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 용서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생각하게도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영화 속의 기독교인들은 이 신애가 쓰고 있는 위선의 탈을 벗겨주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영화 속의 교인들같이 용서와 사랑을 가면처럼 씌워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용서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나의 할 수 없음을 하나님께 고백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용서가 아니라 범인을 향한 하나님의 용서를 구하는 것이 기독교의 용서와 사랑일 것입니다. 용서의 능력은 내 속에 있지 않고 하나님께만 있습니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고 나니 가끔씩 이런 시간도 가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형제님들, 부부 끼리만 영화 한 편 보러 가시지요.                        나팔수 강 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