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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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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산교회 댓글 0건 조회Hit 2,221회 작성일Date 07-01-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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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시작하여,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열심히 일기를 썼습니다. 초등학교 때 썼던 일기의 소재가 대부분 자연이었습니다. 봄엔 친구들과 뒷산에 올라 진달래를 따 먹었던 이야기, 여름엔 냇가에 나가 물방개와 개구리 잡던 이야기, 가을엔 부모님을 도와 곡식을 거두는 이야기, 겨울이면 팽이 돌리며 하늘 높이 연을 날리던 이야기, 자연을 가득담은 이야기들로 일기장을 가득 채우곤 하였습니다.
  이땐, 지금처럼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영상매체를 통해 재미난 게임을 즐기리라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터에 나가시면 저녁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오시는 부모님이 저의 아버지 어머니이셨습니다. 그렇기에 작은 일기장은 저의 소박한 대화의 장소입니다. 소중한 친구이고 꿈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세 자녀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초등 2학년 쌍둥이 딸,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들. 아빠의 어린 시절을 닮아 두 딸 아이도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동일치는 않지만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기록장이 있습니다. 언젠가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들의 도시락 가방을 정리하다 ‘마주 이야기’라고 쓰여진 작은 노트를 발견했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쓰여 있을까? 몹시 궁금했습니다. 글씨를 보니 아들의 글씨가 아닌 엄마의 글씨입니다. 일주일에 세 네 번, 아들과 엄마가 마주하며 대화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마주 이야기’입니다. 마주 이야기 내용 가운데 아주 재미난 이야기(?)가 있습니다.
  현서의 수수께끼.
  “엄마, 핑구 있쟎아?”(현서)-핑구는 동물 펭귄을 소재로 만든 어린이 비디오입니다-
  “응, 그래 핑구알지!”(엄마) “왜 핑구 엄마는 핑구라 부르지 않고 ‘내새끼’라고 불러요”(현서) “음, 핑구는 동물이지, 동물은 사람이 아니기에 아이를 새끼라고 불러도 돼”(엄마)
  “엄마, 그럼 내가 수수께끼 낼 테니, 맞춰 봐요!”(현서)
  “음~ 동물이 아닌데 사람에게 ‘아이~내새끼’라고 말하는 사람은?”(현서) “알겠다. 우리 아빠!”(엄마) “맞~다!”(현서)
  “호호호, 하하하, 깔깔깔.....!” 
  우연히 발견한 마주 이야기였지만 파안대소하며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마와 아들이 나누는 저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역을 하다보면 아이들과 어울릴 시간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그러기에 마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이 더없이 행복하고 아름답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가정에서 드리는 예배입니다. 그렇기에 감사의 주제를 가지고, 얼굴을 대하는 아이들과 마주 이야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아이들에겐 좋은 일기의 소재를 찾아주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께도 가족이 함께하는 ‘마주 이야기’로 풍성한 저녁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섬김이 박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