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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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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01회 작성일Date 26-05-0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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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명을 감당하는 성도들을 이따금 당혹스럽게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의무감으로 하십니까, 아니면 기쁨으로 하십니까?”라는 물음입니다.
사실 사명을 감당하는 데 있어 의무감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소명은 감정이 기쁘면 하고 힘들면 내팽개칠 수 있는 가벼운 것이 아니기에, 책임감이라는 단단한 균형추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은 “율법이냐, 복음이냐?”를 가르는 신학적 질문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를 밀어내는 상극이 아니라, 바른 순서 안에서 적정한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율법은 복음을 향해 나아가야 하고, 복음은 율법을 기꺼이 품어 안아야 합니다. 율법이라는 의무감이 과중해지면 ‘탈진’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오기에,
복음이 주는 기쁨과 조율하는 과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신앙인의 삶은 건강해집니다.

  무와 기쁨이 만나고 율법과 복음이 입 맞추는 길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차덕윤 목사의 저서 『내 안에 하나님이 있는가』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폭군 같은 첫 번째 남편과 30년을 살다 사별한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첫 남편은 출근할 때 다정한 포옹 대신, 아내가 그날 마쳐야 할 일들을 적은 쪽지를 건넸습니다.
목록 중 하나라도 완수하지 못하면 남편은 폭군으로 변해 폭언과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여인은 남편이 돌아오기 전 임무를 마치려 필사적으로 움직였고, 매일 녹초가 된 채 감옥 같은 삶을 견뎌야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남편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몇 년 후 여인은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 재혼하게 됩니다.
과거의 상처를 잊을 만큼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매일 신나게 집안일을 하고 기쁨으로 요리를 하는, 그야말로 천국 같은 삶이었습니다.

    전 남편과 살던 집에서 새살림을 꾸렸던 어느 날, 여인은 소파 쿠션 사이에서 구겨진 종이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30년 동안 인생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전 남편의 지시사항이 적힌 쪽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항목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던 여인은 놀라운 사실을 깨닫습니다.
지금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하는 일들이, 과거 그토록 지겨웠던 의무사항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인은 미련 없이 쪽지를 찢어 버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지금 여기 적힌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어. 이런 목록 따위가 없어도 말이야.”

  이 이야기는 사명을 감당할 때 “의무냐 기쁨이냐, 율법이냐 복음이냐”라는 질문조차 필요 없게 만드는 길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바로 ‘저절로 우러나오는 사랑’입니다. 진심 어린 사랑을 받으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더 힘든 일을 하면서도 힘든 줄 모릅니다.
의무를 넘어 기쁨과 행복의 천국을 사는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입니다.
지금 내가 하나님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가가 본질입니다. 혹시 지금 맡겨진 사명이 무겁게만 느껴지십니까?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지 않겠느냐”(롬 8:32)라는 그 크신 사랑을 기억하십시오.
그 사랑 안에서 다시 힘을 얻고 소명 속에 숨겨진 진정한 기쁨을 누리시길 소망합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