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교회

남산교회
로그인
생명의 말씀

목회단상

주님, 사랑을 부어주십시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96회 작성일Date 26-05-09 15:19

본문

야곱의 생애를 묵상하다 보면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함이 낳은 안타까운 결과들을 목도하게 됩니다.
야곱은 이미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기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주인공이었고, 어머니 리브가는 그 약속을 직접 귀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했으며, 조급함에 쫓겨 인간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단축하려 하는 심각한 우를 범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결국 가족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는 비극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야곱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한복판에, 조급함이 사라지고 인내로 잠잠히 기다리는 법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단막극’ 하나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때를 앞당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야곱이, 기쁨으로 긴 세월을 견뎌내는 이 장면은 어쩌면 하나님의 거룩한 해학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장면을 통해 야곱에게,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하시는 듯합니다.
 “보아라, 너도 이렇게 기쁘게 기다릴 수 있지 않느냐?”: “야곱이 라헬을 위하여 칠 년 동안 라반을 섬겼으나
그를 사랑하는 까닭에 칠 년을 며칠(야밈 아하딤) 같이 여겼더라”(창 29:20).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즉시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야곱에게 그 칠 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거친 양치기 일과 고된 집안일을 수행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의 시간이었을 것이 분명함에도
야곱에게 그 칠 년은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축제의 시간이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경우가 있습니다. 야곱에게 두 번이나 뒤통수를 맞은 형 에서의 시간입니다.
리브가는 야곱을 밧단 아람으로 피신시키며 “형의 노가 풀리기까지 몇 날(야밈 아하딤)만 머물라”고 당부했습니다(창 27:44).
리브가는 그 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이라 오해했지만, 한 맺힌 에서에게는 서슬 퍼런 분노의 세월이었으며,
야곱에게는 20년이 흐른 뒤에도 형의 곁으로 가는 것조차 두려운 시간이었습니다.
기나긴 세월도 분노와 두려움이 뒤얽힌 악감정을 용해시키지 못했고, 짧아야 할 '며칠'은 기약 없는 고통의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두 상황은 선명한 진리를 보여주는데 “사랑은 시간을 압축시키지만, 분노와 두려움은 시간을 한없이 늘려버린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얽힌 문제를 푸는 유일한 열쇠는 바로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답은 야곱의 이야기 속에 숨어 있습니다.
사랑은 야곱이 스스로 짜낸 감정이 아니라 라헬이라는 존재를 통해 그의 마음속에 저절로 ‘부어진’ 것입니다.
그럼 악감정의 골을 가진 두 사람이 공통으로 사랑할 수 있는 존재, 그리고 그들을 동일하게 사랑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며칠의 기적’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경은 선포합니다: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롬 5:5).
그러할 때 우리 삶에는 성령의 열매가 맺히기 시작합니다.
그 첫 번째 열매가 바로 '사랑'이며, 그 사랑이 ‘오래 참음’으로 시작된다는 것은 매우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오래 참는다는 것은 시간을 견디는 강한 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단순히 기다리며 견디게 하는 힘을 넘어, 그 기다림의 과정조차 기쁨으로 바꾸는 능력이 됩니다.

    야곱도, 우리도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한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계속해서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의 기도는 바뀌어야 합니다. “주님, 제게 참을 수 있는 인내를 주십시오”가 아니라, “주님, 제 안에 당신의 사랑을 충만히 부어 주십시오.”
그 사랑이 오면, 기다림은 축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