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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아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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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420회 작성일Date 25-04-1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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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오후에 에덴 어린이집에 공기 청정기 교체가 있어서 그 회사 코디 되는 여자 분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개인정보 보호법이 강화되어서 본인이 아니면 일이 진행이 안 되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어린이집의 책임자가 담임 목회자로 등록이 되어 있으니 그런 일이 있을 때 직접 만나서 서류정리를 해야 합니다.
업무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깐의 틈이 생겨 교회를 다녀본 적이 있으시냐고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어릴 적 방학 때 여름학교를 간간이 가본 적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내친김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혹시 살아가며 인생이 이 세상의 삶뿐이면 허무함이 느껴지지는 않는지 그리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해본 적은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이분이 하는 말이 자신은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고, 지금 현재만 생각한다고 합니다.
세상이 너무 힘드니까, 현재만 바라보기도 버겁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삶에서 부딪쳐 오는 현실의 벽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이 세상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하며 회자 되는 유행어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욜로(YOLO)’, 즉 “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의 약자로 “한번 사는 인생 제대로 한 번 살아보자”라는 것이 유행이었고,
그 뒤를 이어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2020년대 초까지 유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2025년은 행복도 사치라 여겨 ‘아보하,’ 즉 ‘아주 보통의 하루’로 ‘특별한 일이 없어도 평범한 하루에 만족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대세요 유행이라 합니다.
업무 중인 분이라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음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으며 인생의 한계를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
인생 전체를 한번 제대로 살아보자고 당차게 ‘욜로’를 외쳤는데 결국은 그저 소소한 행복이라도 누리자는 ‘소확행’으로 꺾이고,
이제는 행복도 바라지 않고 비록 평범할지라도 오늘 하루를 안전하게 살아가기를 추구하는 쪽으로의 전이가 일어난 것입니다.
왜 이렇게 삶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예기치 못한 비행기 추락, 모든 것을 앗아 가는 산불, 공사현장에서의 붕괴, 물난리,
소비 물가상승, 탄핵 등,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현재 삶속에 벌어진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겪으며 인생이 할 수 있는 소소한 반항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을 바꾸지만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은 결코 인간이 삶을 주관하는 존재가 아님을 입증하는 것일 뿐입니다.
단지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것은 인생의 허무함일 뿐입니다. 현재에 집중하려 하지만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염려가 사라지는 것도,
누가 대신 해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생의 유행어는 ‘아보하’에서 멈추지 않고 또다시 바뀔 것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인생을 온전히 맡길 분을 만나지 못한다면 평생을 유행어만 바꾸다가 허무함으로 끝을 맺고 말 것입니다.
우리의 삶을 전적으로 책임져 주시는 구원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늘 동일한 것을 맴돌게 될 것입니다.
우리를 이 땅에 있게 하신 분, 우리의 현재를 책임져 주시는 분, 우리의 미래까지도 주관하시는 분,
나아가 우리의 영원을 책임지시는 사랑의 전능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된’(전 1:2) 세상 속에서 우리의 염려와 걱정을 다 아시고 책임지시는 하나님 아버지께 우리를 의탁하는 것입니다(마 6:31-34).
그렇게 되면 ‘아보하’는 십자가까지 기꺼이 받으신 ‘아름다운 보화이신 하나님’으로 우리를 현실의 벽을 넘어 영원을 꿈꾸는 행복한 존재로 살아가게 하실 것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