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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말씀

목회단상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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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60회 작성일Date 24-10-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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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는 사람이 삶을 살아가며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라는 것은 삶의 연륜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수긍할 것입니다.
물론 각 사람마다 생과 사는 동일하게 겪는 것이지만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죽느냐는 차이점은 있고,
또 늙고, 병듦에 있어서도 분명 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 과정은 일생의 한 주기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가는 삶이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어려움들은
늘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것은 분명합니다. 목회를 하며 안타까운 상황들을 맞이할 때가 많습니다.
갑작스런 사고, 고통을 안겨주는 문제, 젊은 나이의 죽음 그리고 가장 많은 경우는 예상치 못한 극심한 질병의 진단을 들 수 있습니다.
때로는 질병이 오랜 기간의 투병을 요구하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그리고 그 질병이 육체적으로 더 이상 좋아질 가능성이 없어 보일 때 중보하는 이의 마음까지도 안타깝게 합니다.
 
  그럼에도 희망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내장을 지으셨고, 모태에서 만드셨으며,
심히 기묘하신 그 역사로 우리의 형체를 지으셨기에 주님의 손길이 최고의 희망인 것입니다(시 139:13-15).
질병이 얼마나 심각하든지, 얼마나 오래되었든지는 우리 창조주 하나님께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죽어서 썩어 냄새가 나는 나사로를 일으키셨고, 38년된 병자가 일어나 침상을 들고 걸어갔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이 어떤 것인가입니다.
그 뜻이 생명을 연장하는 길로도, 지금 그 호흡을 거두어 가시는 길로도 이끄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이든 전적인 우리 하나님의 주권이기에 기도로 함께하며 주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지이다 기도합니다.
 
  그러나 그 하나님의 뜻만큼 소중한 것을 지난주에 현장예배에 참여하신 이향규 권사님을 통하여 역력히 보았습니다. '
여러 차례의 수술을 통해 이미 척추뼈는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게 되어 협착으로 가만히 계셔도 통증을 느껴야 하며,
거기에 뇌경색까지 엄습해와 힘겨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신 몸입니다.
그런데 그 마음의 소원은 형제, 자매들과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그 소원을 이루셔서 함께 예배를 드리셨고, 가실 때 잠시 옆에서 함께 걸었는데 오른쪽 손은 지팡이를 잡고 짚으셔야 하고,
왼쪽에는 아드님이 부축해 드려야 어렵사리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쉬운 발걸음이 권사님에게는 흡사 쇠로된 길 위를 자석이 붙어 있는 신발을 신고 걷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표정은 어쩌면 그렇게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과 확신이 가득하신지 그 모습이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발을 들어 한 걸음씩 옮기는 그 모습이 제 눈에는 마치 영국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들이 임무를 교대할 때 내딛는 발걸음처럼
그렇게 격조 있고, 당당하고, 웅장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자신을 하나님의 궁전으로 확신하는 사람의 권능을 그 표정에서, 그 발걸음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그 의로운 오른손으로 붙드시고, 지팡이와 막대기로 안위하시는 자녀의 권능이라 확신합니다.
삶의 질을 뒤바꾸어 버린 극심한 질병도, 어떤 환난도 하나님이 함께하는 사람의 존엄성을 결코 빼앗을 수 없다는 소중한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하나님과 함께 생과 사를 초월한 삶의 아름다움이 그 속에 충만하기 때문이라 확신합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