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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수의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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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59회 작성일Date 24-04-0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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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들은 그 일을 하기 위해 입는 특별한 복장이 있습니다.
군인은 군복을 입고, 경찰은 경찰복을 입으며, 의사는 흰 가운을 입고, 간호사 또한 병원 따라 구별된 복장이 있습니다.
좀 부정적인 경우이지만 감옥에는 죄수복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직종에서 그 일에 걸맞은 복장을 착용합니다.
복장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를 구별하게 해 줍니다.

  고난주간 묵상한 내용 중에 마가복음에만 나오는 짧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버리고 다 도망갔다는 말 다음에 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마가는 덧붙이고 있는데
 ‘벗은 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붙잡혀 가는 예수님을 따라가다가 무리에게 잡히매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했다는 내용입니다(막 14:51-52).
대부분의 학자들이 인정하듯 짐작컨대 부끄러운 과거지만 마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일 것이라 추정됩니다.

    ‘벗은 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님을 따라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여기서 ‘베 홑이불’이라고 번역된 헬라어 단어가 ‘신돈(σινδων)’입니다.
이 단어는 그 다음 장인 마가복음 15장에서는 아리마대 요셉이 구입한 천과 같은 단어로 ‘세마포’라고 번역됩니다.
그 세마포를 구입한 이유는 예수님의 벗은 몸인 시신을 싸서 장사지내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시신을 감싸는 것이니 ‘수의’인 것입니다. 이 속에 어떤 상징성이 들어 있을까요?

    이 속에는 주님의 십자가 그 길을 따른다는 것은 이미 죽은 자의 옷을 입고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주님께서는 그 영광의 하늘 보좌와 그 빛나는 영광의 옷을 버리시고, 우리를 위하여 기꺼이 죽음의 세마포 수의를 입으셨습니다.
예수님의 뒤를 따른다는 것은 이렇게 우리 또한 수의를 걸치고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 수의를 수시로 벗어 던지게 만들어 우리가 살아나게 만듭니다.
수많은 유혹과 박해, 힘겨운 환경과 사람들이 수의를 벗어 던지게 만들고, 옛사람이 살아나 세상 속으로 도망치게 만듭니다.
마가의 이 자전적인 고백이 우리의 고백인줄 압니다.

    사도행전에는 마가가 바울의 일차 전도여정 중에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밤빌리아에서 이탈하여 돌아가 버렸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행 13:13).
추측컨대 생각보다 힘겨운 선교의 상황들로 인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마가의 이러한 행적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비록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에겐 교훈을 줍니다.
자신의 그런 부끄러운 실패의 이야기를 담아 이렇게 예수님의 일대기를 기록하여 후대에 전했다는 것은
자신은 이제 어떤 일이 있어도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단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수의를 걸치고 예수님을 끝까지 따르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길임을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전하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도 오늘 수의를 입읍시다. 이것이 이미 십자가에서 죽은 우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복장이기 때문입니다.
바울 사도의 고백처럼 “우리 살아 있는 자가 항상 예수를 위하여 죽음에 넘겨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죽을 육체에 나타나게 하려 함”입니다(고후 4:11).
우리 위해 영원한 생명을 내어주시고, 죽음의 수의를 기꺼이 입으셨던 주님 따라 오늘 한 번 더 참고, 한 번 더 이해하며, 한 번 더 절제하고,
한 번 더 양보하며, 나누고, 인내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울이 말한 ‘나는 날마다 죽노라’의 부활신앙이며,
자기부인과 자기 십자가를 지는 수의 입은 삶인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는 삶’인 것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