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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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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63회 작성일Date 24-03-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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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봄의 행진이 시작됨을 느낍니다. 한낮에는 화창한 햇살이 비치며 제법 따뜻한 날씨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녁 무렵 분주한 하루를 마무리 짓고 집으로 향하기 위해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 기온이 완연히 낮아졌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게 됩니다.
서서히 영하권으로 내려가는 꽃샘추위가 밀려온 것입니다. 다음 날은 영하 5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벌써 마음이 스산해집니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쌀쌀한 날씨지만 교회 뒷산 둘레길로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산길을 올랐습니다.
그리고 둘레길이 나타나는 길목에 생각지도 못한 봄의 전령을 만났습니다.
영하로 내려가고 있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벌써 진달래 한 그루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진달래가 그렇게도 대견스럽게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주변은 꽃샘추위까지 지나기를 바라며 숨죽이고 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진달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여린 꽃이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얼어버릴 수 있음에도 개의치 않는 듯 보였습니다.

    우리는 움추린 몸을 활짝 펴고 밝은 햇살을 맞을 봄날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들리는 소식은 암울하기만 합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로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으며 바닥 낮을 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고 하고,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중증 환자들의 두려움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미디어 중독, 마약 중독 같은 사회문제가 심화되고,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납니다.
나라 밖 세상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계속되며 핵전의 위협이 대두되고 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또한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들이 계속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설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밝은 빛 보다는 점점 더 어둠으로 들어가는 듯한 안타까운 시절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진실은 어둠이 가장 짙을 때가 빛에 가장 가까운 시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이 어둠의 시간, 사탄이 활개를 치며 마지막 악의 숨을 불어넣고 있지만 이 시간은 결코 영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꽃샘추위가 왔다는 것은 이제 곧 봄이 온다는 반가운 희망의 소식이듯이 칠흑 같은 어둠은 다가오는 여명에 자리를 내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둠이 짙어지고, 악의 세력이 더 분주히 움직인다는 것은 곧 그들의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또다시 마음을 다잡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지금 어둠이 극렬하게 활개를 치며 악의 씨를 뿌려댈지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짝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때로 그 어둠의 위력에 꽃망울이 상처를 입기도 하고, 피어난 꽃들이 안타까이 스러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꽃샘추위를 뚫고 꿋꿋하게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움과 완전함을 증거하는 봄의 전령들입니다.
이제 그 뒤를 이어 우리 모두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림으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을 내기를 소망해봅니다: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하거나 술 취하지 말며
음란하거나 호색하지 말며 다투거나 시기하지 말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롬 13:12-14).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