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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간 우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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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317회 작성일Date 24-02-0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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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 날 새벽 기도를 마치고 3층 예배당을 나서서 일 층으로 내려와 현관문을 나서려는 순간
 일 층 끝자락에 위치한 어린이집 문 앞에 놓여 있는 우산 꽂이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산을 꽂을 수 있는 약 20개 정도의 동그란 홈들이 파여져 있는 것인데 이상스럽게도 그 이른 아침 시간에 10개가 넘는 우산이 그대로 꽂혀 있었습니다.
분명 이렇게 일찍 아이들이 등원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웬 우산들이 저렇게 많이 꽂혀 있나 생각해 보았더니
어제 비가 올 때 쓰고 왔다가 하원할 때 비가 오지 않으니 놓고 간 것이었습니다.
당장 필요가 없으니 자신도 모르게 그리고 우산을 들려 보낸 부모님까지도 깜박 잊고 돌아간 것입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예배를 드리고 교회에 저렇게 꽂아 두고 가는 말씀은 없을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각 사람마다 당면해 있는 상황이 다르기에 당장은 필요 없는 말씀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시급한 해결과제가 한 지체와의 관계회복인데 그와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십일조에 대한 말씀이 선포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분은 당장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사업이 기로에 서 있는 위기감에 하나님의 응답을 기대하고 있는데
얼토당토 않은 ‘간음하지 말라’는 주제의 말씀이 들려올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분은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질병을 진단받고 망연자실 하늘의 소리를 간절히 기다리는데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내용의 말씀이 던져질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과 주어진 말씀이 전혀 합일점이 없을 때 그 말씀을 마음에 꽂지 않고, 예배당 문을 나서며 그 문 앞에 꽂아 두고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66권의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조명해 주고,
그 어떤 상황이든지 해결점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살아있는 말씀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바울 사도의 선포처럼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입니다(딤후 3:16-17).
그러나 각 상황에 맞는 말씀을 제시해 주시는 것은 사람에게 달린 것이 아니며, 하나님만이 가장 알맞은 타이밍을 아시고 때를 조절하십니다.
이런 이유로 때로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며 “나와 상관이 있다, 없다”로 판단하고, 재단하며
받고 안 받고를 결정해 버린다면 현재는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래가 없을 수 있습니다.
지금 비가 오지 않기에 우산이 필요 없다고 그 우산을 두고 간다면 언젠가 비가 올 때는 그 비를 온 몸으로 맞아야 하는 시간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관계의 회복에 ‘십일조’에 대한 것이 의미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사업의 사활이 걸린 계약을 앞둔 시점에 ‘간음하지 말라’가 관계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
리고 극심한 질병 앞에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는 아무 도움이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직 관계회복이 하나님 안에 있음을 믿고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고 진실하게 십일조를 드리고,
어떤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도 육체적인 간음은 물론 영적인 간음까지도 결코 행하지 않는 신실함으로 하나님 앞에 서 있으며,
어떤 질병 속에서도 하나님만 바라는 온유함을 잃지 말라는 말씀을 마음에 꽂아 둔다면 그 다음은 하나님께서 하실 것입니다.
그 마음에 꽂아 둔 말씀이 활짝 꽃을 피워 우리의 삶을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로 가득히 감쌀 때 어떤 문제,
어려움, 절망 속에서도 헤쳐 나갈 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산은 두고 갈지라도 주시는 말씀은 늘 마음에 꽂아 두는 삶이 곧 오늘과 내일을 하나님께 맡기는 믿음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