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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방대한 기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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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457회 작성일Date 23-08-0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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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조선시대에는 기록을 남기는 것을 참으로 소중히 여긴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이기환 기자가 쓴 ‘흔적의 역사’라는 인터넷 글이 조선 왕실의 기록에 대한 인상 깊은 의미를 밝혀주고 있어 내용을 나누어 봅니다.
왕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은 1대인 태조부터 25대인 철종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888책에 4770만자라는
방대한 양을 자랑하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보다 더 방대한 기록은 왕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룬 ‘승정원일기’로 전쟁과 반란 등을 겪으며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음에도
3245책 2억 2650만자로 세계 그 어떤 기록도 이에 견줄만한 것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왕조의 역사와 심지어 왕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기록했을까요?
이 기자는 몇몇 기록을 통해 그 이유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먼저 태종 때 자신이 편히 쉬는 곳에 사관이 들어오는 것을 짜증내자,
사관 민인생이 임금과 대신이 정사를 돌보는 편전에는 사관의 출입을 금해서는 아니된다하며 “사관은 곧게 써야 합니다...신(사관) 위에는 하늘이 있습니다.
'”(태종실록)라고 일침을 가하였다 합니다. 가히 대단한 기개라고 여겨집니다.
또 영조 때는 새벽까지 대신들과 여러 가지 정치적인 치부와 당쟁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라 대신들이 너무 망측해
역사에 쓰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청을 들어 그 기록을 불태워 버린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러자 전직 사관 이덕중과 정이검이 달려와 “사초책을 불태우다니요. ‘목이 달아나도 사필은 굽힐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장차 무궁한 폐단을 열게 될 것입니다.”(영조실록)라고 진언을 하였다고 합니다.
“신(사관) 위에는 하늘이 있다”는 정신과 기록을 하지 않는 것도, 기록을 삭제하는 것도 장차 무궁한 폐단을 여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기록을 세세하게 남기는 것은 곧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통치를 이루기 위함이며, 잘못된 악습을 막아 정사를 대대로 올바르게 세우려는 목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거수일투족이 기록이 된다는 것은 곧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입술의 한 마디도 허투루 하지 않는 삶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교라는 예의와 문화적인 관습 속에서도 이와 같이 기록을 통하여 자신을 바로잡으려는 몸짓이 있었다면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은 어때야 할까를 돌아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을 하든지 심판 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라”(마 12:36).
이 말씀은 우리의 입술에서 나가는 말이 기록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 각자는 ‘가장 방대한 기록’이 될 무수히 많은 말을 하며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 중에는 유익한 말이 있는가하면, 무익한 말도 있고, 이도저도 아닌 말들도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말인가, 무너뜨리는 말인가를 분별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곳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막중한 삶의 책임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하늘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중심을 보신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보기에 유익해 보이는 말도 때로는 그 중심에서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경험을 꽤 많이 하셨습니다. 입술로는 공경하나 그 마음은 멀리 떠나 있는 경우가 바로 그렇습니다(사 29:13).
 이렇게 하나님을 입술로는 공경하나 마음은 먼 이유가 “사람의 계명으로 가르침을 받았을 뿐이기” 때문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
럼 우리의 입술의 말은 물론이요, 그 중심까지도 지키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사람의 계명이 아니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온 말씀이 있습니다. 그 말씀이 우리의 허물을 능히 깨닫게 하고, 숨은 허물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시 19:14)라는 간구를 가능케 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방대한 기록이 될 우리의 말을 거룩하게 완성시킬 것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