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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과 담이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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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013회 작성일Date 23-02-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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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의 제10권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유명한 격언이 부제로 붙여져 있습니다.
 로마라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 길을 만들었는지, 그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돌을 사용하여 치밀하게 포장된 도로가 375개 정도로 약 8만km에 이르며, 자갈만 깔아서 포장된 도로까지 포함하면 약 15만km에 이르며,
그 외 포장이 안 된 길까지 생각하면 가히 대로마제국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길이가 다 합해야 약 3천 500km정도이고 도시 안의 길들과 도시와 도시를 잇는 간선도로들을 다 합하면 11만 1,314㎞로 로마의 도로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리고 순수한 인력으로 이룬 것과 현대적인 대형장비들을 동원한 차이까지 감안하면 비교자체가 무색해집니다.
이 길을 통하여 세상으로 나아가 정복하고 그리스-로마 문화를 전하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담을 쌓은 민족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으로 만리장성이라는 세계문화유산을 들 수 있습니다.
만리장성의 길이는 약 6천 352km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중국 정부에서 다른 동쪽 끝의 성들과 연계하여 8천 851km로 연장하고,
현재는 진, 한 등의 나라에서 건설한 장성들까지 합하여 2만 1,196km정도로 발표합니다.
중국내에 포함된 담들을 만리장성에 포함시키는 것을 뭐라 할 필요는 없겠지만 한 가지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은 이러한 장성의 목적입니다.
 기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절에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담을 이렇게 길게 쌓은 것은 공격을 위한 것 보다는 방어를 목적으로 지어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외부의 적을 막아내는데 용이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담을 쌓은 후에는 내부의 무수한 분열로 흥망성쇠를 거듭하다
그 후 청나라가 망하며 마침내 공산화로 마감되는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거대한 영향력을 도로를 통하여 세계에 떨쳤던 로마 또한 결국은 내부의 방탕과 타락으로 인해 망국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길을 닦아 세계를 제패했던 로마도, 담을 쌓아 강력한 영향력을 휘둘렀던 중국도 모두 유사한 문제에 봉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길 이야기와 담 이야기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에 이러한 두 제국의 역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소중한 반면교사가 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가서 모든 민족으로 제자를 삼기 위해서 세상 속에 길을 내는 것이 필수적인 소명자들입니다.
그리고 참인 것처럼 포장된 거짓인 외부의 악한 영향력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견고한 담을 세우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갈 2:4; 유 1:4; 계 2:14).
이렇게 우리는 복음이 예비한 신발을 신고 달려갈 길을 만드는 사람들이며, 세상의 물결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자신을 지켜야 합니다.
야고보 사도가 제시한 경건하고 정결한 삶이 바로 이 두 가지를 포함한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약 1:27)
우리 주변에 거하든지, 혹은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 거하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것은 복음의 길을 내는 일이라 한다면,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않는 삶은 신앙의 담을 쌓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길을 내고, 담을 쌓아 벽을 만듦에도 내부에서 분열이나, 방탕, 타락이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삶을 가능케 하려면 반드시 근본이 달라야 합니다.
로마의 길이나, 중국의 담이 결코 삶의 기준이 될 수 없는 사람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면
그리스도인의 길과 담은 오직 사람을 향한 구원의 열망과 사랑만으로 가득한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 기준이 되셔야만 합니다.
그러할 때 그 길에서 인애와 진리가 만나고, 그 담은 의와 화평이 만나는 곳이 되어 이 길과 담이 닿는 곳마다 하나님 나라가 설 것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