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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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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658회 작성일Date 22-07-0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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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택이 교회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서 집에서 교회로 가는 길은 약 500미터 정도 되는 거리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짧은 거리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그 거리 위에도 펼쳐져 있습니다. 그 길 위에 버려져 있는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를 보면 지금 현재 세상의 상태를 느껴 볼 수 있습니다. 담배꽁초는 없는 날이 없고, 마스크도 심심찮게 굴러다니고, 아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껍질들, 카페에서 구입했을 아직 내용물이 남아 있는 플라스틱 컵, 물건을 사고 받은 영수증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비닐 등이 여기 저기 버려져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제가 교회로 출근하는 그 시간 전에 이미 도로를 청소하는 미화원이 한 번 그 길을 청소하고 지나간 다음이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어떤 날은 가지고 나간 비닐봉지에 그런 쓰레기를 가득히 채워 교회에 도착하기도 합니다. 하나님 창조의 하이라이트면서, 걸작품인 사람이 지나간 자리가 이러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으시고, 창조하신 세상을 우리에게 맡겨주셨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고, 땅을 정복하고, 땅과 하늘과 바다에 있는 모든 것을 다스리라는 그 명령 속에서 우리 인생의 목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다스림은 큰 역할도 있겠지만 일상을 살아가며 해야 할 소소한 일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나다니는 그 길을 빛이 나게 하는 것도 그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모두가 쓰레기를 전혀 버리지 않으면 좋겠지만 종말의 때까지 버리는 사람은 있을 것이니 최선의 길은 버린 것을 주워 담는 사람이 되면 됩니다. 그럼 거리는 조금 더 깨끗해지고, 밝아질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그러한 빛이 되도록 부름 받은 것입니다. 요즘 같은 장마철이 되면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을 고백하게 됩니다. 특히 밤새 비바람이 몰아치고 난 다음날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 거센 비바람으로 인해 길 위에는 어김없이 가로수에서 떨어진 나뭇잎들 그리고 부러진 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스러운 것은 그것이 조금도 지저분하거나 더러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분명 사람이 버린 쓰레기보다 더 많이, 더 어지럽게 흩어져 있음에도 오히려 그 나뭇잎들과 부러진 가지들을 밟고 지나갈 때는 묘한 낭만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널려있는 나뭇잎들과 가지들 사이로 사람이 버린 과자껍질, 담배꽁초,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그 낭만을 파괴하는 오염물질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지... 색깔은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이물질로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하나님께서 만드신 것과 사람이 만든 것이라는 차이 밖에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것은 떨어져 죽어가는 모습도 아름다운데, 사람이 만든 것은 색 바래지 않는 선명함과 화려함은 있으나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 흉함이 있습니다. 사람이 만든 쓰레기들만 주섬주섬 주우며 생각이 깊어집니다. 창조세계를 지켜야 할 사명을 맡은 우리 인생이 만든 것이 더해지며 오히려 그 아름다운 세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자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하여야 할까를 생각해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다름 아닌 하나님의 창조세계에서 인간이 스스로 고안해 낸 것부터 빼는 것을 시작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흩어진 나뭇잎과 가지들 사이에서 인간이 만들고, 버린 쓰레기를 주워내듯이 그렇게 하나님의 창조세계에서 우리의 죄악을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 길은 멀리 있지 않고 죽음까지도 아름답게 만드는 창조의 말씀을 우리 안에 가득 채울 때 쓰레기를 만드는 정욕과 탐심이 제거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생각과 뜻이 하나님의 말씀과 일치될 때 하나님의 창조세계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지름길이 활짝 열리게 될 것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