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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일 하기 어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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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089회 작성일Date 17-07-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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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갔습니다. 대동천을 따라 걸어가는데 갑자기 아내가 땅에서 무언가를 발견하였습니다. 아내가 그것을 주워 보니 신용카드였습니다. 여성 이름의 것인데 유효기간이 아직 몇 년 더 남아 있는 쓸 수 있는 카드였습니다. 아내는 카드를 집어 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걱정하는 이유는, 이 카드의 주인이 카드 잃어버린 것을 뒤늦게 알고 다시 이 자리로 찾아 올 것을 기대하고 카드를 발견한 그 자리에 그냥 두었을 때, 만약 다른 사람이 카드를 발견하고 사용한다면 어떡하지? 첫 번째 걱정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이 카드를 발행 은행에 가서 카드 분실자를 찾아서 돌려주도록 카드를 맡겨두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카드 소지자가 자기가 잃어버린 후 다시 찾을 때까지 만약 사용한 금액이 있다면 그것을 아내에게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카드를 누구도 사용할 수 없게 폐기해 버리며 더 이상 문제 될 것은 없겠지만 남의 것을 함부로 처리한다는 것이 또한 걱정거리로 남았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서 가다가 또 다시 오곤 했습니다. 아내가 걱정하는 것을 보니 왜 잃어버린 카드를 주워서 어쩔 줄 모르고 걱정을 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떨어진 카드를 보고도 못 본 척하고 그냥 가지 왜 그것을 주워서 사서 고민을 하느냐고 아내를 다그쳤습니다. 그러면서 또한 그렇게 말하는 제 자신이 한심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분실물을 발견했으면 주워서 본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렇게 하기까지의 과정들이 여러 가지 걱정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좋은 일 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드를 주워서 본인에게 찾아 주기가 어렵다면 그 자리에 두고 갔을 때, 혹시 다른 사람이 주워서 카드 회사를 통해 본인에게 찾아 주게 하거나, 혹은 내가 카드 회사를 통해 본인에게 찾아 주었을 때, 사용하지 않은 금액을 요구하는 엉뚱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의 인사를 건네받는다든지, 또는 잃어버린 본인이 카드를 떨어뜨린 그 자리에 와서 찾아 가기까지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던지 하는 사회라면 이렇게 걱정할 일이 없을텐데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남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면 우리는 여전히 걱정을 만드는 사회에 살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나 같겠지 하고 편한 마음으로 좋은 일을 하면 그 결과 또한 좋게 돌아오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마음에 의심이 남아 있으니 남에게 이런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우리는 믿고 사는 사회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동사무소나 파출소에 가서 분실물 신고를 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동사무소나 파출소를 갈 경우에 분실물을 습득한 사람의 인적 사항을 기재하고 필요하면 나중에 파출소에 또 가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귀찮다고 보고도 못 본 척 지나가는 것은 나 하나의 편함 때문에 좋은 일 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세상의 빛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산책길을 벗어나서 약간 떨어져있는 동사무소를 찾았습니다. 가보니 이미 퇴근하고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 뒤에 있는 파출소에 갔습니다. 그것도 문이 잠겨 있고 근무하는 순경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돌아 나오는데 동사무소에서 직원 한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쫓아가서 주운 카드를 맡기며 남산 교회 목사라고 묻지도 않은 제 신상을 밝혔습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분실된 카드 때문에 주운 사람의 진술이 필요하다면 귀찮더라도 좋은 일을 위해 얼마든지 답변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살다보면 만나고 싶지 않은 일들 만나게 됩니다. 엮기고 싶지 않은 사건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귀찮다고 외면해서는 세상의 빛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세상의 빛이란 거창한 일이 아니라 사소한 일들을 귀찮게 생각하지 않고 좋은 일 하기 위해 받아 드리는데서 부터 시작됩니다. 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좋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세상의 빛이 해야 하는 일 일 것입니다. (마 5: 14)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