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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육십대 노부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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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679회 작성일Date 14-03-0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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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육십대 노부부 이야기
  대전에 사시는 사촌 매형으로 부터 갑작스러운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누나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병원에 입원중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몇 달간 종합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좋아지는 듯 했는데 약 한 달 전부터 악화되어 이렇게 의식을 잃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육십 중반의 나이에 두 딸을 모두 출가 시키고 매형과 함께 늙어감의 또 다른 행복을 누려야하는 때인데 누나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채 자리에 누워 있는 것입니다. 대전으로 가는 기차의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마치 누나의 살아온 인생과 같이 빠르게 스쳐  갔습니다. 군인의 아내로써 남편을 따라 진해, 동해, 서울, 대전 등 여러 도시를 이사 다니면서 아이들 공부 시키고 시집보내고 친정어머니까지 모시고 열심히 살아온 누나의 지난 시간들이었습니다. 병원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있는 누나의 얼굴은 예쁘던 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가냘프다 못해 작은 소녀의 얼굴같이 작아져 있었고, 환하게 웃던 입은 거친 숨만 몰아쉬는 숨통이 되어 있었습니다. 인간의 육체란 얼마나 약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듯했습니다. 의식을 잃는 순간 사람의 몸은 부끄러움도 수치도 모른 채 살기 위한 본능적 숨소리만 낼 뿐 인간의 아름다움도, 존엄도, 모두 잃는 것인가 봅니다. 안정된 생활, 따뜻한 남편, 잘 자라 준 딸들, 귀여운 손자들, 그러나 이 모든 행복들도 지금의 누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것이 행복의 무능력함입니다. 누나를 위해 기도를 드렸습니다. 우리와는 대화를 못해도 하나님과는 여전히 교제하고 있으리라 믿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언젠가 방송에서 들었던 노래 한 곡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육십대 노부부 이야기-
‘…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들,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다시 못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홀로 나만 두고 여보 어찌 말이 없오…’
인생이 죽음으로 끝난다면 부부 중 누군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영원히 헤어진다는 사실 때문에 참으로 슬프고 외로울 것 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죽음 너머의 만남을 약속하셨습니다. 부활을 약속 하신 것입니다.
부활의 세계에는 이별이 없습니다. 사망도 없고 아픔도 없습니다. (계21:4). 죽음 이후의  세계를 기대하지 않으면  죽음이란 슬프고 안타까운 것이지만, 죽음 이후의 세계가 있음을 아는 우리는 죽음 앞에서도 소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세상의 행복보다 더 큰 신앙의 능력입니다.
  어느 육십대 노부부의 노래를 계속 되었습니다. ‘…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세상의 노래는 이별로 마쳐지지만 성도의 노래는  이별로 끝나지  않습니다. 성도의 노래 재회의 약속으로 마칩니다. ‘…그날 아침 그 문에서 만나자’ (찬송293장).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