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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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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453회 작성일Date 13-11-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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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억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입니다.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지난겨울을 돌아봅니다. 작년 겨울은 눈 덮인 캐나다에서 보냈습니다. 사슴들, 황소만큼 큰 엘크, 수천 년을 그곳에 버티고 서 있었을 록키의 산들, 이 모두가 사진과 같이 겨울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작년 겨울은 꽤나 추운 곳에서 보낸 것 같습니다. 겨울의 추억은 젊은 시절에도 있었습니다. 처음 서울을 떠나 창원에 왔을 때도 겨울이었습니다. 가방 하나만 든 채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오던 날은 겨울이었습니다. 고속버스가 추풍령 휴게소에 섰을 때, 겨울 밤하늘을 보며 기도했습니다. 야곱과 같이 내가 다시 이 길을 따라 서울로 돌아오기 까지 나를 지켜 달라고 말입니다. 하나님은 그 기도를 하나님의 나라로 바꾸어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추풍령에서의 겨울 추억입니다.
  아내를 만난 때도 겨울이었고, 아내에게 결혼 프로포즈 했을 때도 겨울바다에 하얀 파도가 밀려올 때였습니다. 해운대의 겨울 추억입니다.
  예수님을 만났던 때도 겨울이었습니다. 토담으로 둘러 싼 작은 예배당, 희미한 백열등, 방석을 깔고 앉던 무허가 건물, 그곳에서 숙명처럼 성경이 열리던 날은 추운 겨울의수요일 저녁이었습니다. 그 추억은 제 인생의 길을 바꾸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잊지 못할 겨울 추억입니다.
  한국을 떠날 때도 겨울이었습니다. 마흔 셋의 나이에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마음은 두려움과 기대가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외국에서의 겨울은 더 추었습니다. 온돌이 그리워질 때면 외국에서 산다는 것이 더 춥게 느껴졌습니다. 외로운 교민들끼리 모여서 드리는 성탄 전야예배, 우리말을 못하는 한국 아이들과 함께 부르던 새벽 캐롤송, 그러다가 눈 속에서 차가 고장 나서  늦어져 버린 크리스마스 새벽송, 겨울에 떠오르는 겨울 추억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를 결정할 때도 겨울이었습니다. 겨울비가 내리던 날 새벽, 아내와 함께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돌아 온 한국에서 또 다시 겨울을 맞습니다. 올 겨울은 상당히 추울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하는데, 지체들의 가정이 춥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방이 추운 것보다 마음이 추운 것이 겨울을 더 춥게 합니다. 추위를 따뜻하게 하는 것은 난방 보다 함께 있음입니다. 부부가 함께 있고, 친구가 함께 있으면 겨울도 춥지 않습니다.  신앙의 교제가 함께 있고, 기도 동역자가 함께 있고, 나눌 수 있는 이웃이 함께 있으면 겨울은 춥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예수님이 함께 있으면 겨울은 결코 춥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추운 이 계절에 우리에게 오셨나 봅니다. 날씨가 춥고 사는 것이 춥고 마음이 추운 사람들을 위해 예수님은 겨울에 오셨습니다. 올 해도 예수님으로 인해 춥지 않은 겨울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춥지만 또 하나의 따뜻한 겨울 추억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