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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를 기다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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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442회 작성일Date 12-09-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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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를 기다리는 마음
  노숙자(homeless) 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려고 캘거리 시내 거리로 나갔습니다. 빈병이나 깡통 등을 수거하는 재활용품 수집장 근처에는 음식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오갔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의 아주머니들, 동양인 이주자들, 노인들,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들도 다양한 사람들이 음식을 얻으려고 음식봉지를 들고 서 있는 우리에게 찾아옵니다. 어제도 음식을 준비해 동일한 장소로 나갔습니다. 도착해서 조금 지나니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음식을 받으러 오기를 기다리며 비를 맞은 채 서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은 음식을 공급받고자 찾아 왔습니다. 길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사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선진국이라는 캐나다에서 집이 없어 길에서 텐트를 치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음식을 받아갔지만 아직 음식이 남아서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비는 그치지 않고 여전히 부슬부슬 내리는데 저는 비를 맞으며 준비해간 음식 봉지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음식이 필요한 노숙자가 나타나지 않자 이제는 마음이 초조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어서 이 음식을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야 할 텐데 라는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노숙자가 음식을 들고 있는 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제가 노숙자를 찾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문득 누가복음의 집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눅15장) 분명히 지금도 이 음식이 필요한 배고픈 사람이 있을 텐데 나는 그를 만나지 못 하고 이렇게 서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먹을 것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오지 않고 비를 맞으며 음식을 찾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서 저 또한 비를 맞으며 거리에 서있는 것입니다. 이런 저의 모습에서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그의 자녀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게 하셨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물이 빗물에 섞여 흘러내렸습니다. 만약 내 자식이 먹을 것이 없어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면 나는 비가 온다고 이 자리를 피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이었습니다. 지금도 하나님은 집 잃은 자녀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비가 오는 거리에서나, 어두운 밤이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하나님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것은 오로지 하나, 그는 우리의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비오는 거리에 저를 세워 두시고 노숙자를 기다리는 마음에서 그의 자녀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사람을 기다리는 저의 마음은 저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이었습니다
                                    나팔수 강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