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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과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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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341회 작성일Date 22-02-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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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 2월이면 졸업시즌이 됩니다. 졸업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언가 끝마쳤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옵니다. 그러나 ‘졸업’이라는 말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말 속에는 한 과정을 완전히 끝마쳤다는 의미와 동시에 또 다른 과정의 시작을 뜻하는 다르지만 반드시 연결 되어야 하는 두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한자에서 빌어온 졸업(卒業)이라는 뜻이나 졸업을 의미하는 영어의 ‘그래듀에이션(graduation),’ ‘컴멘스먼트(commencement),’ 그리고 ‘컨보케이션(convocation)’은 모두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동서양이 동일함을 알 수 있습니다. 영어의 ‘그래듀에이션’은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으로의 연결을 의미하고, ‘컴멘스먼트’는 새로운 시작의 의미가 강하며, ‘컨보케이션’은 또 다른 부름이라는 소명이 강조됩니다. 결국 졸업은 끝이 아니라 다음 과정을 위한 기초 작업을 마쳤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학교든, 일터든 어떤 학위와 수료증을 받든지 정작 실제적인 일들을 위한 기초가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주셨던 땅의 약속이 마침내 여호수아와 출애굽 신세대의 시대에 성취됩니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그의 생의 마지막 힘을 다 모아 하나님께서 얼마나 신실하게 약속을 이루어 주셨는가를 증거합니다. 그런데 이상스러운 것은 정복사업이 다 이루어졌고 약속의 땅이 이스라엘의 차지로 주어진 마당에 또 다른 경고가 주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수 23:6-16). 다 끝난 것 같은데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수백 년의 기간을 기다려 약속이 성취되었는데 그것이 단지 한 과정을 끝낸 것일 뿐 정작 실제적인 역사는 이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수백 년의 기다림의 과정이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 그 다음 과정을 위한 든든한 바탕이 된다는 사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항입니다. 그 바탕이 없이는 그 다음 과정은 존재 그 자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기나긴 세월동안 이스라엘이 졸업을 해야만 했던 것은 바로 하나님이 어떠한 분이신가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주신 약속을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모두 이루어 주신 분이십니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어떠한 인간의 도움도 없이 시시때때로 쓰러지는 인간의 약함을 부둥켜안아 세우시며 이루어 주신 것입니다(수 24:1-13). 하나님은 이 세상을 온전히 주관하시는 왕이시고, 약속을 변개치 않으시는 신실하신 분이시며, 함께하시는 전능자이심을 배우는 것입니다. 이 배움 후에 이스라엘은 새로운 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땅을 정복하는 것을 통해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었고, 모든 것이 끝이 나고 졸업한 줄 알았는데 이스라엘 앞에는 더 큰 삶의 과정이 놓여있는 것입니다. 이제 이 약속의 땅에서 하나님께서 뜻하신 소명(vocation)을 얼마나 잘 이루어내느냐에 따라 그 땅을 지킬 것인가, 잃을 것인가가 달려있습니다. 땅을 얻기까지 보여주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이스라엘이 어떻게 믿고 신뢰할 것인가가 그 과제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바라보실 때인 것입니다. 철부지 이스라엘을 성인으로 만드시기까지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하나님께서 성인이 된 이스라엘이 만들어나갈 새 세계를 바라보시는 기쁨을 가지시길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좋은 것을 배우고 졸업한 사람은 그 다음 과정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길을 제공받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졸업은 끝이 아니라 그 다음 과정으로 전진할 능력을 갖춘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로 졸업이 없습니다. 졸업이 없다는 것은 은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은퇴’는 ‘리타이어(retire)’로 타이어를 다시 갈아 끼우는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점진(그래듀에이션)적으로’ 저 높은 곳을 향해 놓여진 길을 계속 올라가기 위해 재정비하는 것이 졸업이며, 은퇴인 것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