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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 받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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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산교회 댓글 0건 조회Hit 2,712회 작성일Date 07-02-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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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결혼할 때 목사가 아니었습니다. 아내도 목사와 결혼하여 교회 사모님이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목사가 되었고, 따라서 제 아내는 목사 사모님이 되었습니다. 사모의 역할이 여러 가지이겠지만, 특히 저에게 있어서 아내는 운전하는 사모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텍사스에서 공부하며 목회할 때, 450km의 거리를 매 주말마다 왕복했습니다. 물론 운전은 아내가 해야 했습니다. 한 번 다녀오면 서울-부산 거리를 달려온 피로 때문에 다음 주에 또 갈 수 있을 까 자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또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아내는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다섯 시간의 운전 여행 속에서 이제까지 살아온 이야기, 미국에서의 새로운 경험, 아침 QT 말씀의 적용 등을 나누며 텍사스의 빈 들판을 달렸습니다. 시애틀에 가서도 여전히 아내의 운전으로 심방을 다니고, 성경 공부를 하곤 했습니다. 아내는 저의 운전자로, 신앙의 파트너로, 그리고 기도의 후원자로 하나님께 쓰임 받았습니다.
  그 후 시간이 갈수록 아내는 점점 교회 사모님으로의 일을 잘 해 나갔습니다. 시애틀에서 교회를 시작하면서 청소년 아이들을 위해 주말 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해 주면서 집을 공개했습니다. 아내는 음식 장만과 아이들을 향한 교회의 어머니로도 하나님께 쓰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가끔 아내에게 미안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내가 제 설교의 예화에 쓰임 받고 있는 것 입니다. 목사의 생활 반경이 교회와 가정이다 보니 주로 예화로 등장하는 내용이 아내와의 이야기입니다. 그 것도 좋은 일이면 괜찮은데 감추고 싶은 이야기도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것도 하나님께서 아내를 쓰시는 것인가? 묻게 됩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목사는 사생활 이야기도 하나님께 사용되어야 하는가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좀 더 실감 있게 전하기 위해서는 부부 싸움 이야기도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옆에 있는 아내를 보았습니다. 보던 책을 펼쳐 놓은 채 그 위에 엎드려 자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오늘 따라 작은 소녀 같이 보였습니다. 남편의 목회를 위해 기도하는 아내로, 그리고 남편의 설교를 위해 기꺼이 사생활까지도 드러내야하는 아내로 쓰임 받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책을 펴 놓고 잠들어 있는 아내에게 담요라도 찾아 덮어 주어야겠습니다. 하나님께 여러 가지로 쓰임 받는 아내인데 감기라도 막아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팔수 강 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