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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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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Hit 2,733회 작성일Date 06-08-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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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미국에 있을 때 아버지 학교에 참석 한 적이 있었다. Promised keeper라는 미국의 남성 사역을 한국식으로 바꾼 프로그램인데, 성경적 남성을 가르치는 좋은 시간이었다. 가장으로써의 남자, 남편으로써의 남자, 아들로써의 남자, 남자의 역할과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를 강의와 토론으로 확인하였다.
강의 중에 기억에 남는 한 마디가 있었다. 미국의 어느 한인 교회 목사님이 한국의 교회로 가게 되었는데, 미국에 두고 가야 하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그분이 깨들은 것이 목사는 여럿일 수 있지만, 아빠는 한 사람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귀국을 포기하고 미국에 남아 있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예화였던 것 같다. 강의를 들을 때는 아빠의 자리를 선택한 그 목사님이 존경스러워 보였다. 그러면서 나도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다면 ‘아버지로서의 자리를 선택해야겠구만’ 생각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바로 그런 선택의 자리에 있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목사의 자리에 서야 하는지, 미국에 남아서 아빠의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그 목사님의 고민이 나의 것이 되었다. 딸아이는 이제 고등 하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나이였다. 초등학교 1학년에 한국을 떠났기 때문에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공부하기도 어려웠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딸아이는 혼자 남아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대학을 다녀야 했다. 가족이 단촐하여 언제나 우리 세 식구가 함께 살아 왔는데, 막상 미국에 두고 간다고 생각하니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민하고 있던 어느 날, 딸 아이 유혜가 이렇게 말해 주었다. “아빠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지만, 하나님께서 그 소중한 아빠를 내 놓으라 하시면 나는 내 놓아야 한다고 생각 해” 딸아이의 말은 마치 하나님의 말씀과 같이 들렸다. 유혜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딸이지만, 하나님께서 그 소중한 것을 내어 놓으라 하시면 나는 내어 놓아야 하지 않겠나? 감히 아브라함이 이삭을 드리는 심정을 그려보았다. 아빠의 자리를 내어놓고 목사의 자리를 선택한다면 내가 있어야 할 그 아빠의 자리에 하나님께서 있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그렇게 결정하고 유혜를 두고 떠나온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지났다. 그리고 유혜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되었다. 상을 받게 되었다고 전화가 왔다. 새벽 시간에 말이다. 아빠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전화 하다 보니까 이곳의 시간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미안해했다. 갑자기 가슴이 찡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격려해 주시나? 아빠에게 보이고 싶은 기쁨을 전하는 딸아이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눈물이 많은 녀석인데. 새벽 잠을 깨웠어도 나는 이렇게 크게 말했다. “언제든지, 아빠한테 말 하고 싶을 때 전화 해! 새벽도 좋고 밤도 좋아, I am proud of you!”
아빠가 더 중요한가, 목사가 더 중요한가? 대답은 당연하다. 두 가지 다 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두 가지를 다 하실 수 있게 하신다. 딸아이의 졸업식 사진을 성경 갈피에 끼어 놓아야겠다. 아빠와 목사, 둘 다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빠와 목사 된 나팔수 강 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