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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부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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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양숙 댓글 0건 조회Hit 2,660회 작성일Date 08-03-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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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시 부활절을 맞이합니다. 첫 부활 주일을 맞이한 마리아와 여인들에게는 주님의 부활을 기념할 때마다 감동이 참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목격한 증인으로써 그들은 살아있는 동안 늘 가슴 설레는 부활 주일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감동은 예수님을 만난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잊히지 않는 부활절이 있는 것은 그만큼 부활의 의미가 저에게 실감되어 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1995년 봄, 저는 눈 수술로 인해 약 한 달간 소경의 세계를 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부활절을 며칠 앞두고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간 예배에 참석치 못하다가 오랜만에 아내의 손을 잡고 예배당에 들어섰습니다. 자리에 앉자 병원에서의 지난 시간들이 영화의 장면들 같이 스쳐지나 갔습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이 가리어진 두 눈,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던 모습, 좁은 간이침대에서 잠들며 나를 간호하던 아내,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들, 이런 저런 모습들이 마치 제가 아직도 병원에 있는 듯 생각 되었습니다. 그러나 온 성도가 함께 부르는 힘찬 찬양 소리가 들려오자 저는 아! 내가 교회에 와 있구나 하는 현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이 저에게는 부활과 같았습니다. 침울하고 어두웠던 병실에서 밝은 교회로, 환자들의 신음 소리와 죽어서 나가는 가족들을 붙잡고 우는 슬픔의 울음소리에서 기쁨과 환희의 찬양 소리로, 하얀 가운에 굳은 표정의 의사에서 환하게 웃는 성도들의 미소로, 모든 것이 바뀐 곳, 그곳이 부활절 아침의 교회였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끝나고 부활의 새벽을 맞이할 때, 이 세상에서의 눈물도 아픔도 두려움도 외로움도 없는 완전한 자유와 사랑과 화평과 치유의 기쁨이 넘치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마리아와 여인들은 첫 부활절 새벽을 잊지 못 할 것입니다.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도 잊지 못 할 부활절이 있기 마련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나의 부활로 믿어지는 그 감격의 날이 바로 우리의 추억의 부활절입니다. 오늘 그 감격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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