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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와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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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067회 작성일Date 23-07-0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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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명령 중에 수수께끼 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바로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명령입니다. 어떻게 한 몸에 붙어 있는 오른손과 왼손이 서로 무엇을 하는지 모를 수 있을까요? 동일한 뇌로부터 명령을 받고 일을 수행하는 양손이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품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럼 이 표현 속에는 숨은 뜻이 들어 있을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날 심판대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치 아니하였나이까?”(마 7:23)할 것이라 예상하십니다. 예수님은 이들을 향해 불법을 행하는 자들이라 선고하십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소리 치는 사람들의 특징은 정확하게 자신들이 무엇을 했는지를 철저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들의 자랑거리를 하나도 잊지 않고 모조리 다 나열하며 예수님 앞에서 당연히 대우 받아야 할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반해서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동일한 최후심판의 자리에서 예수님께서 양과 염소를 나누듯이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누고 오른편에 있는 의인들을 향하여 “내가 주릴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실 것을 주었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아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마 25:35-36)라고 그들이 한 일들을 일일이 나열하시며 칭찬을 하십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의인들이 자신들이 그 일들을 언제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며 “언제 그랬습니까?”로 반문한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거기에 신앙인의 올바른 삶의 길이 있습니다. 전자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극히 천재적인 기억력을 소유하고 있다면, 후자의 사람들은 그에 반해 정말 바보스러울 정도로 기억력이 퇴화된 사람들입니다. 그럼 어떻게 이렇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에 천재적일 수 있으며, 또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바보스러울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하나님께서 행해주신 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의인으로 칭찬 받는 사람들은 분명 자신들이 하는 일들이 어떤 자랑이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로 여겼음에 틀림없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위해서 행해주신 그 놀라우신 은혜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 분명합니다. 자신들이 행한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당연한 응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의인들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서 천재적인 기억력을 소유하고 있기에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서는 기억조차 하지 않는 천진난만한 바보들인 것입니다. 그에 반해 예수님께서 불법을 행하는 자들로 선고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행한 일에 대해서는 천재적으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예수님께서 자신들을 위해 행해주신 은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바보스러운 존재들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바보이면서도 천재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때 바보가 되어야 하고, 어떤 때 천재가 되어야 하는가를 정확히 분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과 사를 가르는 갈림길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행해주신 일에 대해서는 늘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감사 감격하는 삶이어야 하고, 우리가 행한 일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바보가 되어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행하는 일들은 우리가 하나님께로부터 값없이 받은 것에 대한 당연한 감사의 응답이기 때문입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것에 천재가 되어야 하고, 어떤 것에 바보가 되어야 하는지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듯이 쉬운 일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