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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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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301회 작성일Date 23-03-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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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이라는 한자 말이 있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서로의 마음이 통하여 이해의 단계까지 가는 것은 결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기나긴 시간의 대화나 혹은 긴밀한 교류가 없이는 이루기 힘든 것이 바로 마음이 통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때로 자신이 생각한 것을 다른 사람도 충분히 공감하리라 여기며 내어놓았는데 그에 대해 다양한 시각의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는 것을 경험하며
당혹감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지극히 객관적인 의견이라 여기며 자신 있게 제시했는데 그것이 또 하나의 주관적 판단이었음을 직시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이러한 견해차를 허무는 가장 좋은 길은 역시 대화일 것입니다. 부부사이에도 절실히 필요한 것이 바로 대화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제1권에는 로마의 부부싸움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비리프라카 여신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부부가 마음이 맞지 않아 관계가 틀어져 위기가 닥치면 이 여신의 신전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신전에는 제사를 드리는 제사장도, 중재해주는 신관도 없습니다.
신전에 여신상만 덩그러니 있고, 지키는 사람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 번에 한 사람씩 이야기해야 하며, 한 사람이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반드시 이야기를 끊지 않고 다 듣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 번갈아 가면서 말을 하고 듣노라면 서로 상대방의 호소와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마음을 가라앉히게 되고, 이해하게 되며,
감정이 해소되어 함께 여신을 찬양하며 신전을 나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부사이도 그렇지만 사람들 사이에 말다툼이 일어나면 서로 들으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신속하게 피력시켜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려 할 때가 많습니다. 먼저 귀를 열고 듣는 곳에 대화의 장이 열리고 그곳에 용서와 화해가 일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고대의 이야기라면 현대에 대화를 통해 시원한 물줄기가 도시를 관통하게 한 귀감이 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의 청계천 이야기입니다.
2005년 10월 1일 청계천 완공 후 감회를 기록하여 붙여둔 ‘청계천 새물맞이에 부쳐’라는 현판에는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기까지의 지난한 이야기가 간략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그 결실이 맺힐 때까지 4200여의 만남이 있었고, 끝없는 대화로 지새운 숱한 밤이 있었다는 것을 전합니다.
그 대화는 청계천을 중심으로 생존하고 있던 22만의 상인들, 수도 셀 수 없는 노점상들, 찬반이 엇갈린 수많은 시민 단체들과 공직자들 그리고 일천만 서울시민들과 이루어진 것입니다.
누군가의 강제적인 위력이 아닌 만남과 대화를 통하여 공감으로 이루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소중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존재하지 않는 이방신의 이야기이고, 서울이라는 한 도시에서 벌어진 이야기이지만 연합이라는 소중한 이상을 실현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깊이 숙고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피로 값 주고 사신 교회에서는 이보다 더 나은 대화의 장이 펼쳐져 우리를 한 몸 되게 하신 성령의 물줄기가 온 세상을 향해 흘러가기를 소망하시는
하늘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사 1:18)고 하시며 사람이 끊어버린 대화의 고리를 계속해서 사절단을 보내셔서 대화의 물고를 열기를 염원하셨던 우리 하나님이십니다.
옛적에는 선지자들을 통하여 대화를 시도하셨다면 이 마지막 때에는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직접 오셔서 대화를 시도하셨습니다(요 1:1; 히 1:1-2).
하늘 아버지께서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고, 생명을 다해 우리를 대화의 장으로 이끄시어 마침내 우리의 마음을 얻으셨습니다.
우리도 이제 우리의 마음과 정성과 생명을 다해 형제, 자매들의 마음에 다가갈 때입니다. 대화가 그 물고를 여는 시작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