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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원 人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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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336회 작성일Date 11-04-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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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 원 人心

  제가 대학생 시절 오천 원은 굉장한 거액이었습니다. 그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이 백 원이었으니까 오천 원이면 자장면이 오십 그릇 이었으니, 배고픈 학생 시절에는 큰돈 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이 오십 원, 극장 개봉관 영화 관람료가 백이십 원이니까, 오천 원 한 장 가지면 그날은 최상급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오천 원은 동일한 금액인데, 사용 가치는 너무 달라졌습니다.
  며칠 전 시계 줄이 끊어져서 고치려고 시계 점에 들렸습니다. 시계 점 아저씨는 수리 통에서 작은 핀을 하나 찾아서 끊어진 시계 줄에 끼워 넣었습니다. 시간으로는 약 오 분 들어간 재료는 작은 핀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시계를 받으면서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가격을 묻기는 했지만, 너무 간단한 수리라서 그냥 가십시오. 라는 말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시계를 살 일이 있으면 꼭 들리겠습니다. 이렇게 서로 좋은 관계를 맺고 나오리라 생각 했는데, 시계 점 아저씨가 부르는 값은 어처구니없는, 오천 원이었습니다. 시계 줄에 핀 하나 넣어주고 오천 원이라고 말하는 시계 점 주인이 너무 야속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값을 깎자니 이것 또한 얼마로 깎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할 수 없이 오천 원을 주고 나왔습니다.
  물론 사십 년 전 제가 학생 때 보다는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자장면 값도 올랐고, 커피 값도, 영화 관람료도, 대학 등록금도, 모두 올랐습니다. 그러나 물가의 오름 보다 더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人心 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였어도 사람의 마음만 예전 같으면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사람 사는 사회입니다. 그러나 물가가 오른 것보다 우리의 마음은 더 완악해 진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 동네에서 오며 가며 들릴 수 있는 시계 점인데, 핀 하나에 오천 원을 부르는 시계 점 아저씨의 표정은 인심 보다 돈이라는 이 시대의 무정함을 보는 듯 했습니다. 택시 요금을 내며 백 원 거스름은 안 받는 인심, 시장에서 채소를 사면서 잔돈은 가지시라고 드리는 인심, 손해가 있어도 양보해 주는 인심, 할 말 다하지 않고 배려해 주는 인심, 베풀 수 있는 것은 기분 좋게 해주는 인심, 이런 인심이 오른 물가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경제 이론을 생각해 봅니다. 오천 원 인심으로 각박한 세상을 훈훈하게 할 수 있다면 오백만원의 가치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