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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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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98회 작성일Date 11-10-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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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은 실수
  저는 시력이 약해서 사람을 잘 못 알아보는 실수를 자주 합니다. 아내를 보고 자매님이라고 인사를 할 때도 있고, 길에서 우리 성도를 만나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저의 약점을 오히려 대하기가 편하다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있으니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누구를 보더라도 일단 먼저 인사를 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어떤 때는 초등학생에게 자매님 반갑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더니 그 학생이 부끄러운 듯이 저 누군데요 하면서 자기의 이름으로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생이 키가 커서 장년 성도로 생각 했던 실수입니다. 그러나 이런 실수가 오히려 친절한 세상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교회 경노대학부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일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백 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버스 세대에 나누어 타시고 즐겁게 출발을 했습니다. 저는 어르신들의 건강과 안전운행을 위해 버스에 올라가서 어르신들과 함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출발 시간이 되어 버스가 떠나고 저는 교회 앞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 어르신들을 배웅했습니다. 한 대, 두 대, 아직 한 대가 더 남은 것 같아서 기다리는데, 세 번째 버스가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어르신들의 버스로 생각하고 손을 흔들어 배웅했습니다. 그런데 곁에 서 있던 제 아내가 그 버스는 시내버스 인데 왜 손을 흔드냐고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제가 못 본 사이에 세 번째 버스도 출발했던 모양입니다.
아하! 내가 잘 못보고 시내 버스타고 가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순을 흔들었구나 생각하니 처음에는 좀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만약 그 버스에서 나의 손 흔드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정말 자기들을 위해 손을 흔들어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그것은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반갑습니다’ 라고 미소로 인사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먼저 인사하는 것이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작일진대, 우리는 먼저 인사하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그야말로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세상의 문화가 그렇다 보니 교회 안에서도 서로 인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치 먼저 인사하는 것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 듯, 우리는 주님안의 가족이면서 인사하는 것을 겸연쩍어 합니다. 실수일찌라도 먼저 인사를 한다면 상대방은 다정한 인사로 받아 줄 것입니다.
  잘 못 보아서 먼저 인사하는 것은 괜찮은 실수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