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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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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138회 작성일Date 12-01-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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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인생
  약 삼십여 년 전, 제가 근무하던 직장에 후배 사원들이 입사했습니다. 그중에 한 사람이 기독교 신앙인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예수님을 만나서 한창 가슴이 뜨거울 때였습니다. 그래서 그 후배 직원을 교회로 인도했고, 또 저희 집에도 초대해서 함께 교제하며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직장 생활에 젖어 갈수록 그 직원은 점점 신앙을 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형제는 광주로 전근을 가게 되었고, 그 후 서로 교제 없이 같은 회사 직원사이로만 지내왔습니다. 그렇게 약 이십여 년이 흐른 작년 봄에 이 형제가 저희 교회를 방문한 것입니다. 젊어서 만난 옛 후배를 이제는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만나보니 지난 세월들이 영화의 한 장면같이 지나갔습니다. 근무복을 입고 현장을 뛰어 다니던 모습, 실험실에서 밤을 새우며 제품개발을 하던 모습, 노사 분규로 텅 비어버린 작업장을 쓸쓸히 지키던 기억들, 부서간의 이익 때문에 논쟁하던 회의실, 이런 저런 기억들이 그 형제를 보는 순간 스쳐갔습니다. 그 후 저는 회사를 그만 두고 뉴질랜드와 미국에서 십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의 전공과는 아무 관련도 없던 영어로 신학과 성경을 공부하며 주님의 종으로써의 길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이 후배 형제는 그동안 자신의 전공을 잘 살려서 공학박사 학위까지 받고 지금은 예전 직장의 방게 회사 대표로 다시 창원으로 온 것이었습니다. 약 삼십년 전 두 사람이 비슷하게 직장의 선후배로 출발했는데, 한 사람은 공학 박사에 대표이사가 되어 있고, 한 사람은 목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겉에서 보기에는 너무나 다른 길을 간 것 같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형제도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그 형제는 나와 헤어진 후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다시 신앙인으로 돌아 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내가 왜 그렇게 가슴이 뜨거워져서 예수님 이야기를 하고, 영적인 교제를 나누려 했는지, 이제야 그 심정을 알겠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그 형제가 다른 공장으로 전근을 간 후 그 형제를 잊었습니다.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에도 그 형제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형제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가 창원에 있던, 광주에 있던, 신입 사원이었던, 대표이사가 되었던, 그는 여전히 하나님의 백성일 뿐 이었습니다.
  살아온 길은 달라도 목적지는 같았습니다. 지금 서 있는 자리는 달라도 앞으로 갈 길은 같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끄시고 인도하시는 길일 것입니다.
                                                                                          나팔수 강 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