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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의 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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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154회 작성일Date 12-09-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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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의 씨름
1972년 저희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그때에는 모두들 머리를 짧게 깎고 까만 학생복을 입었습니다. 학생 모자를 써야 했는데, 우리는 그 모자를 베레모같이 찌그러뜨려서 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가방을 들지 않고 옆에 끼고 다니는 것을 멋으로 알았고, 바지가랭이를 넓게 해서 나팔바지를 만들어 입고 다녔습니다. 그때에는 왜 그렇게 선생님이 하지 말라고 하는 짓만 골라서 했는지 참 이상한 학생들이었습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보고 온 것이 친구들 사이에서는 자랑이었고,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고 오면 어른이 된 것 같아 우쭐대곤 했습니다. 컨닝으로 우정을 다졌고, 예배 시간에는 잡지책을 돌려가며 보는 것으로 시간을 때웠습니다.
그리고 사십년이 지난 2012년, 그때의 친구들을 먼 이국 땅 미국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이제는 손자를 둔 할아버지들이 되었고, 사회적으로도 의젓하게 자리를 잡은 건실한 사회인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친구들의 변한 모습은 그때의 악동(惡童)들이 신실한 신앙인 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누가 이 아이들을 이렇게 변화 시켰을까 하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세월만은 아닐 것입니다.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신앙이 그저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이 아이들의 노력이나 원함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친구들은 결코 스스로 신앙을 찾으려 하는 아이들이 아님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변한 친구들의 모습을 제 앞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들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보았습니다. 그 친구들을 변화시키신 분은 하나님 이셨습니다.
하나님은 지난 사십년 동안 우리들과 씨름을 하셨습니다. 마치 모세와 사십년간 미디안 광야에서 씨름을 하시듯, 이스라엘 백성과 사십년간 광야에서 씨름을 하시듯, 야곱과 얍복강가에서 씨름을 하시듯, 하나님은 우리의 인생 사십년을 그 분과의 씨름장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깨의 힘을 빼게 하시고, 눈빛을 부드럽게 하시고 우리의 입술에 할례를 행하셨습니다.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울컥하여 속으로 울었습니다. 친구들의 모습에서 바로 저를 변화시키시느라 지난 사십년을 씨름하여 오신 하나님의 손길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이민생활이 결코 쉽지 않았을 터인데, 그 모든 어려움들을 하나님께서 자기들을 빚어 가시는 손길로 받아 드리는 신앙이 그들에게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지며 이렇게 인사 했습니다. ‘너희 들이 우리 교회 성도들이라 생각하고 목회 하겠다’
친구들이 지켜보는 목회, 그 목회는 아마도 나의 과거를 너무나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지켜  보는 목회와 같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친구들을 통해 저의 지난 사십년을 돌아보게 하셨습니다. 그것은 오늘의 저를 만드시느라 싸워 오신 하나님의 사십년의 씨름이었습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