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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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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118회 작성일Date 13-07-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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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서
  언젠가 부터 아내가 집에서 제 머리 염색을 해주었습니다. 요즘은 목사도 탤런트같이 외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하면서 머리 염색을 한 것입니다. 그러더니 어느 날, 집에서 하니까 잘 안된다고 하면서 아예 이발소에 가서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했습니다.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옛 어른들의 말을 따라 이번에는 이발소에서 이발을 한 후 머리 염색을 했습니다. 그러자 이발소 아저씨는 염색을 하면 5년은 젊어 보인다며 머리 염색의 효과를 선전했습니다. 전문가가 해주어서 그런지 아내가 해준 것 보다는 흰 머리가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발을 한 후에 염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이발소에 갔습니다. 의자에 앉아 이발을 하는데, 갑자기 지난 주 예배시간에 대표기도를 하던 형제의 희끗한 머리칼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주일 예배의 대표 기도자를 위해 기도를 하려고 기도 자리에서 대표기도 할 집사님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섰는데, 집사님의  머리에 희끗한 흰 머리칼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하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집사님은 결혼 전, 청년 때부터 제가 잘 아는 형제입니다. 그 때에는 회사 근처 아파트의 방 하나를 빌려 쓰면서 직장생활을 하며 주님을 뜨겁게 사랑했던 형제였는데, 어느 덧 세월이 흘러 흰 머리칼이 허옇게 머리를 덮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제 마음이 뭉클했었나 봅니다. 그 젊었던 형제가 이제 이렇게 머리가 희끗하게 된 것을 보면, 나도 머리색이 허옇게 되는 것이 당연하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목사가 탤런트같이 젊고 멋있어야 인기가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진정한 멋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우리를 다듬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그대로 받아 드리며 살아온 그 모습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잠언 16: 31). 
  살아온 세월만큼 머리가 희어지는 것이 인생이 듯, 살아온 세월만큼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래서 흰 머리와 신앙은 함께 가는 친구입니다. 이런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이발은 끝나고 이발사 아저씨는 이번에도 염색을 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염색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이제 염색은 그만 하겠다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거울에 비취는 흰 머리의 제 모습이 그날따라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것은 그 백발이니라’(잠언20:29). 말씀이 나를 아름답게 하는 것이지, 외모가 나를 아름답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도하던 형제의 모습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듯, 나의 모습에서도 나를 다듬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흰 머리 같이 희끗, 보이기를 소원합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