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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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159회 작성일Date 14-03-15 13:16본문
비 단상
지난 수요일, 오랜만에 비가 내렸습니다. 가물었던 땅에 비가 내려서 대지의 갈증을 씻어 주었습니다. 언젠가 필리핀 선교지를 방문해서 산 속 깊은 곳의 원주민 교회를 찾아 갔을 때,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흠뻑 맞은 적이 있습니다.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는 내를 건너면서 길 안내를 해 주던 원주민 청년이 갑자기 ‘Rain is blessing!’ (비는 축복 입니다!) 라고 외쳤습니다. 온 몸이 비에 젖어 축축한데 그 청년은 필리핀 사람들의 특유한 낙천적 웃음으로 환히 웃으며 비는 축복이라고 즐거워했습니다. ‘비는 축복입니다!’ 이 말이 비만 오면 제 마음에 떠오르곤 합니다.
비가 내렸습니다. 축복이 내렸습니다. 저녁 TV 뉴스에서 이번에 내린 비를 돈으로 환산 하면 70억의 이득 효과가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강수량 1mm당 농작물에 주는 효과가 7억이라고 하는데, 지난 수요일에 내린 비가 9.7mm의 강수량이므로 70억의 산출 효과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더욱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대기 미세 먼지 청소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은 유익을 주는 비였다고 아나운서는 보도했습니다.
비가 내렸습니다. 뉴스 보도에 의하면 돈이 내렸습니다. 하늘에서 돈이 떨어졌습니다. 비가 내린 다음 날 교회에서 성서 아카데미가 열렸습니다. 강사는 요제(搖祭)에 대해 설명하면서 제사장이 곡식을 흔드는 방법을 시범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이 높이 들어 마구 흔드는 것이 아니고, 흔드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북, 남, 동, 서쪽으로, 그리고 상, 하로 움직였습니다. 그 이유는 북, 남, 동, 서로 하나님께서 바람을 불어 주셔서 곡식이 익게 하셨고, 위에서 아래로 비를 내려 주셔서 곡식이 자라게 하신 것을 감사하는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요제는 감사의 고백으로 드리는 제사입니다. 특별히 바람과 비에 대한 감사입니다. 비를 내려 주시는 하나님에 대한 감사입니다.
비가 내렸습니다. 감사가 내렸습니다. 비를 맞으면서 감사를 느낍니다. 내리는 비를 보면서 하나님을 생각합니다. 비는 감사입니다. 비는 축복이고 돈이고 감사입니다.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우리에게 거저 주십니다. 자애로운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여 선물을 주시듯 하나님은 우리에게 비를 선물로 주십니다. 하나님은 복을 선물로 주시고 돈을 선물로 주시고 감사를 선물로 주십니다.
비가 내렸습니다. 비 오는 날은 커피와 센티멘탈한 음악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러나 비는 하나님을 생각하게 하는 기쁨입니다. 마치 집을 떠나있는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보내온 선물 꾸러미를 열어보며, 아버지를 생각하며 기뻐하듯, 비가 내리면 하나님을 생각하며 기뻐 하는 것입니다. 비는 우리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