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와 과정
  증명서를 발급 받으러 동사무소에 갔습니다. 제 증명서 발급 창구 앞에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기 번호표를 빼 들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제 번호는 267번인데, 창구 전광판 번호는 251번이었습니다. 한 사람에 3분만 걸려도 약 오십 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한 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면서 대기표를 들고 창구 앞을 서성거렸습니다. 발급 신청서라도 미리 써 놓으면 조금이나마 더 빨리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신청서 작성도 했습니다. 급 한 일이 있어서 그러니 먼저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자리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 졌습니다. 갑자기 조용한 하나님의 음성이 제 마음에 들려 왔습니다. ‘절차와 과정을 지켜라’ 주님은 절차와 과정이라는 단어를 제 마음에 떠올려 주셨습니다. 내가 급하다고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다면 나는 사회질서를 깨뜨리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차와 과정, 이 단어가 계속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나는 이제까지 절차와 과정을 뛰어 넘어 사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이라 생각해 오지는 않았나? 그렇게 사는 사람이 똑똑하다고 오해하고 있지는 않았나?
  동사무소 대기석에 앉아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절차와 과정, 이것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아니라, 영적인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지켜야 하는 정도(正道) 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성숙 시키시는데, 필히 절차와 과정을 거치게 하십니다.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한 순간에 자라나는 믿음은 없습니다. 기도를 몰아서 며칠 계속  한다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갑자기 깊어지지 않습니다. 한 달간 미루어 놓았던 성경 묵상을 한꺼번에 다 한다고 신앙이 성장하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푸른 풀밭도 즐기게 하시고, 사망의 어두운 골짜기도 지나게 하십니다. 원수도 만나게 하시고 그 앞에서 잔치 상도 베풀어 주십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라나는데 필요한 절차와 과정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인내하며 통과하여야 성숙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신앙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하나님은 인생을 그 시간으로 주셨습니다.
따라서 하루하루의 삶이 영적 성숙을 이루는 절차이며 절차를 기다려야하는 인내가 성숙의 과정입니다.
  동사무소 창구의 전광판 번호는 예상보다 빨리 바뀌었습니다. 번호표의 사람이 없어서  통과하는 번호도 있었습니다. 절차와 과정을 기다리지 못하고 가버린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우리가 신앙의 과정을 지나는 동안 기다리지 못하고 그 길을  떠나는 것 같이 모든 사람이 다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증빙 서류가 필요하다면 언젠가 다시 와야 하듯, 하나님께서는 기다리지 못하고 신앙의 길을 떠나는 성도들을 기필코 신앙의 과정을 통과하게 하십니다. 이것이 기다리지 못하는 우리를 기다려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따라서 절차와 과정을 받아드리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그 만큼의 영적 성숙을 이룬 것이 아닐까요?  나팔수 강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