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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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982회 작성일Date 14-08-16 14:08본문
아내의 빈 자리
새벽에 혼자 일어납니다. 옆에 비어있는 아내의 자리가 허전해 보입니다. 존재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있다는 것은 함께 일한다는 것보다 더 소중합니다.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아내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내는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허전함을 채워 주는 역할은 큰일입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사택으로 돌아오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킵니다. 화분에 물을 주고 강아지에게도 물을 줍니다. 강아지의 변도 닦아 주고 밥도 줍니다. 모두 다 혼자 해야 합니다. 아내가 하던 일을 제가 혼자 하면서 강아지가 아내만을 따르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아내가 항상 강아지와 함께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강아지에게도 아내의 존재는 소중했습니다.
혼자 산책을 하고, 혼자 아침 식사를 합니다. 빵을 토스트 해 먹으면서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봅니다. 갑자기 창밖의 거리 풍경이 쓸쓸해 보입니다. 아내와 함께 있을 때에도 항상 바라보던 거리인데, 혼자 보는 풍경이라서 쓸쓸해 보이는 듯 했습니다. 아내의 존재 가치가 다시 한 번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함께 바라만 보아도 세상은 그다지 외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존재란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합니다. 혼자 책을 봅니다. 아내가 읽어 주던 때 보다 시간이 두 배로 걸립니다. 아내는 저의 눈과 같은 존재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함께 대화하면 생각의 정리도 잘되는데, 혼자 읽으니 별로 남은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내의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글을 쓰고, 혼자 차를 마십니다. 혼자 뉴스를 보고, 혼자 전화를 하고, 혼자 넥타이를 매고 혼자 양복을 꺼내 입습니다. 혼자 성경을 보고 혼자 묵상을 합니다. 그러다가 아내의 존재가 귀하듯, 나의 존재를 귀하게 여겨주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제가 그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 하십니다. 내가 그 분을 위해 하는 일보다 그 분과 함께 있다는 것이 하나님께는 기쁨과 즐거움이 됩니다(스바냐 3:17). 그래서 나는 혼자가 아니라 그 분과 함께 있음을 느낍니다. 존재는 그 자체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 잠자리에 듭니다. 침대의 옆 자리에 팔을 뻗어 봅니다. 아내의 빈 자리가 허전합니다. 내가 하나님의 곁에 있지 않을 때, 하나님이 느끼는 허전함이 이런 것일까 싶었습니다. 나는 존재 자체로 하나님께 의미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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