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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와 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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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45회 작성일Date 14-08-0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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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와 주방장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어울려 캠핑을 가면 주로 해먹는 음식이 고추장찌개입니다. 채소나 두부를 고추장 국물에 넣고 기름 버너에 올려놓으면 찌개 끓는 냄새에 벌써 부터 군침이 돌곤 했습니다. 끓는 찌개 옆에서 다른 친구들은 둘러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데, 주방장을 맡은 당번은 연신 냄비 뚜껑을 열었다 덮었다 하며 찌개 끓는 것을 지켜봅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꽁치 통조림을 뜯어서 끓는 찌개에 과감히 집어넣습니다. 처음부터 꽁치 통조림를 넣으면 너무 익어서 고기가 흐물흐물 해지기 때문에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넣어서 찌개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통조림의 왕건이가 어디로 갔느냐는 것입니다. 분명히 통조림에서 커다란 꽁치 덩어리가 들어가는 것을 친구들이 다 봤는데 막상 떠먹을 때는 채소와 두부만 잡히지 고기는 좀처럼 걸리지 않습니다.
숟가락으로 낚시를 하듯 꽁치를 건져 올리려고  휘휘 저어도 부스러진 꽁치 조각만 떠오를 뿐, 왕건이는 잡히지 않습니다. 그때서야 친구들은 주방장의 흐뭇해하는 얼굴을 쳐다보게 됩니다. 그러면 찌개를 끓인 담당 친구는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맛보기가 좀 과했나? ‘라고 주방장의 특권임을 즐거운 듯 말합니다.
  설교를 준비하는 목사는 찌개를 끓이는 주방장과 같지 않은가 싶습니다. 주방장이 찌개 곁을 떠나지 못하고 불 조절을 하며 지켜보아야 하듯이 목사는 한 주일 내내 설교 본문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읽고 또 읽고, 다른 번역본으로도 읽고, 묵상하고 본문의 뜻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려고 궁리하고 기도하면서 설교를 준비합니다. 그러다가 말씀의 핵심을 발견하게 될 때에는 마치 주방장이 꽁치통조림을 뜯어 넣듯 설교의 결론을 마칩니다. 그리고 주방장이 왕건이로 맛을 보듯, 말씀의 영감을 목사가 가장 먼저 맛을 봅니다. 그 때 기록된 말씀은 생명을 살리는 능력이 되고 삶의 문제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주방장이 자기가 끓인 찌개의 맛에 감탄할 때, 친구들에게 과감히 내어 놓을 수 있듯이, 목사도 자기가 작성한 설교에 먼저 감동을 느껴야 성도들에게 확신 있게 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듣는 성도들을 위해 전하는 목사에게 먼저 말씀의 능력을 맛보게 하십니다. 성도들 때문에 목사는 항상 말씀의 핵심을 가장 먼저 먹는 즐거움을 맛보게 됩니다. 이것이 설교자가 가지는 특권이며 축복이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자신을 ‘빚진 자’ 라고 했는가 싶습니다.(롬 1:14) 성도들 때문에 항상 하나님께서 말씀을 가장 먼저 먹게 하시니 나는 성도들에게 빚을 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주방장도 친구들에게 빚을 진 것입니다. 목사나 주방장이나 이런 마음으로 섬기는 것이 행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