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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설교학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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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18회 작성일Date 14-11-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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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설교학 시간
  벌써 십 오년이 다 되어 가는 설교에 대한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 신학교에서 공부 할 때, 설교학 강의를 듣는데, 학생은 총 여섯 명 뿐인 작은 클라스였습니다. 미국 학생 세 명과 한국 학생 세 명, 이렇게 구성되었습니다. 나를 포함한 한국 학생 세 명 중 한 사람은 영어를 꽤 잘 하는 편이었고, 또 한 학생은 갓 유학 온 학생인지라 영어가 서툴렀습니다. 어느 날 강의 중 교수님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설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그 날의 강의 주제가 해석학이었기 때문에 저는 자신 있게 ‘본문 해석’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성경 해석은 제가 신학을 공부하게 된 동기 중의 하나였습니다. 성경 해석은 많은 학자들이 여러 해 동안 연구해서 발표한 주석들을 통해 분문의 뜻을 파악하는 공부입니다. 제가 혼자 묵상하고 생각하던 성경의 뜻이 과연 맞는 해석인가를 학자들의 책을 통해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저의 본문 묵상이 학자들의 설명과 일치할 때, 천재의 작품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기쁨을 맛본다는 철학자 에머슨의 말이 실감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설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석이라는 점에 대해 저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저의 대답에 이어 학생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대답을 했습니다. 성경의 역사적 배경, 단어 연구, 전달 용어 선택, 스피치 방법 등 설교의 중요한 항목들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그 영어가 서툰 한국 학생이 자신 없는 발음으로 ‘프레이’ 라고 했습니다. 교수님은 잘못 알아들었는지 미안하지만 다시 한 번 말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학

생은 또 다시 ‘프레이’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스펠링이 어떻게 되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학생은 p, r, a, y 라고 말했습니다. 그 학생은 설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저는 그 대답을 들으면서 설교와 기도가 무슨 관련이 있다고 이 학생은 기도라고 답하는 것일까?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혹시 교수님의 질문을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설교는 시간과 지리적 차이가 있는 성경의 본문을 오늘을 사는 성도들이 잘 이해하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하여 그들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역사적 배경이나 단어의 관찰, 문맥의 흐름 등이 설교에서 중요하지 왜 갑자기 기도가 중요한 항목으로 나오는가? 그것은 신학을 공부하는 신학생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막연한  대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의 반응은 뜻밖에도 기도야말로 설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십 오년이 지난 어느 날, 설교를 준비하다가 문득 그 때 그 학생의 대답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설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기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설교는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생명의 흐름이라는 사실이 새삼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말씀의 해석은 설교자가 하지만 말씀으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도가 중요하다는 교수님의 말이 저를 무릎 꿇게 하였습니다. 오래 간직하고 싶은 설교학 시간입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