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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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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105회 작성일Date 14-11-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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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얼굴
  저는 아이패드를 잘 이용합니다. 아이패드로 성경을 읽으면 글씨를 확대해서 볼 수 있어서 시력이 좋지 않은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됩니다. 하루는 성경을 읽으려고 아이패드를 켰는데 화면에 갑자기 아내의 얼굴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아이패드로 자기 얼굴을 스스로 찍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 패드의 화면을 통해 크게 확대된 아내의 얼굴이 제가 생각한 모습보다 늙어 보였습니다. 저는 시력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아내를 볼 때면 항상 제가 생각한 그 얼굴로 보아 왔습니다. 젊었을 때 보았던 그 때의 환한 모습이 제 머리에 인식되어 있는 아내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가까이서 본 아내의 확대된 얼굴은 제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아내의 모습보다 훨씬 나이가 든 얼굴이었습니다. 갑자기 우리가 살아 온 지난 시간들이 마음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결혼생활 삼십 삼년  진해, 창원, 뉴질랜드, 미국, 그리고 다시 창원으로 오기까지의 지난 시간들이 아내를 이렇게 늙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또한 아내의 변한 얼굴이 나의 변한 얼굴이기도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부부는 닮아 간다고 합니다. 오래같이 살다보면 성격이나 식성, 취미, 생각하는 성향들이 비슷해져 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살아가면서 가장 닮아가는 것은 같이 늙어 간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식사를 같이 해서 식성이 닮아가는 것이나 같은 취미 활동을 해서 즐기는 성향이 닮아 가는 것보다 가장 분명하게 닮아가는 것은 같은 시절을 함께 지내면서 같이 늙어가는 것 입니다. 부부가  그렇게 같이 늙어 간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같이 늙어 가기 때문에 그 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은 축복입니다. 같은 시간을 같은 공간 속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너와 내가 우리로 변해 가는 것이 축복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하나님의 손길로 함께 다듬어져 가는 것이 신앙 성숙의 축복입니다. 부부가 그렇듯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하나님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 분과 함께 같은 환경과 상황을 지나다 보면 우리는 점점 더 하나님을 닮아 가게 됩니다. 이것이 하나님을 본받는 길 인 것 같습니다.(엡 5:1) 나이 들어가는 아내의 얼굴에서 역시 늙어 가는 내 얼굴을 보듯이 하나님의 사랑의 마음에서 내 사랑의 마음을 보기를 원합니다. 부부가 서로 마주 보고 늙어 가듯이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마주보며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죽음 이후에도 우리와 영원히 마주보며 살고 싶으셔서 우리를 영생하게 하실 것입니다. 그 날 아침 아이패드에서 본 아내의 나이 먹은 얼굴이 오히려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시간은 우리 속사람을 성숙시켜 아름답게 하는 하나님의 손길입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