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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짐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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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134회 작성일Date 16-05-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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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짐의 은혜 
현대는 기다릴 줄 모르는 시대입니다. 교통체증으로 조금만 길이 막혀도 운전자는 짜증을 내고 길이 막히면 늦는다고 분노까지 합니다. 앞의 차가 늦게 가면 경적을 울리며 위협을 합니다. 사람에게는 경적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누가 되었든 길을 막기만 하면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누르곤 합니다. 만약 교통 사정 때문에 비행기 시간이라도 놓치게 되면 이거야말로 짜증과 분노가 함께 폭발하는 감당 못할 사태가 벌어지고 맙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늦어짐 마저도 우리를 보호하시는 손길로 사용 하십니다. 언젠가 어느 목사님이 괌에서 집회가 있어 비행기를 예약하고 시간에 맞추어 가다가 그만 교통 사정 때문에 탑승시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할 수 없이 그 다음 비행기 편으로 늦게 출발했는데 괌에 도착하고 보니 바로 자기가 타기로 했던 그 앞의 비행기가 착륙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사망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때 그 목사님이 하신 말이 ‘하나님께서 내가 이 땅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어서 나를 아직 남겨 놓으셨나’ 하는 기도였다고 합니다. 늦어짐은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혜 일 수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주에서 교단 지방회 목회자 세미나가 있어서 가까운 이웃 교회 목사님과 함께 출발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부산에 계시는 목사님이 가는 길에 합류하겠다고 해서 기다리다가 조금 늦게 출발했습니다. 북 창원 터널을 통해 남해 고속도로로 들어가려는데 터널 앞에서 차들이 멈추어 서 있었습니다. 곧 이어서 경찰차와 앰브란스 구급차, 소방차 까지 줄지어 갓 길을 통해 터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중에는 방송국 차들도 잇달아 달려갔습니다. 도로 위에서 약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고가 난 것인가 궁금했습니다. 들려오는 소식은 터널 안에서 9중 추돌이 일어났는데 대형 버스 사이에 끼인 승용차 동승자 4명이 사망하고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들이 40여명이 다쳤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적으로 볼 때 그 연쇄 추돌사고에 제가 타고 있던 차도 끼일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늦추지 않고 그대로 출발했다면 터널 안에서 사고현장에 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부산의 목사님을 기다리느라 조금 늦게 출발한 것이 터널 진입을 조금 앞두고 멈추어 서게 되었습니다. 늦어짐의 은혜라는 것이 다시 한 번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괌에서의 그 사고 소식을 듣고 이 땅에서 무엇을 더 하라고 남겨 놓으셨나 하던 그 목사님의 기도가 생각났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책임이며 의무입니다. 이것은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삶의 의미입니다. 죽음을 불러 오는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순간을 비껴 지나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늦추심의 은혜가 있어서 이 땅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 있는 자는 은혜의 의미를 책임과 의무로 찾아 가야 합니다. 우리의 길을 늦추시면서 위험의 순간을 당하지 않게 하시는 것은 무언가 아직 해야 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도 그 일을 찾아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며 살기를 원합니다. 인생이란 늦는다고 짜증을 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늦어짐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는 것이 지혜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고가 복구되어 터널을 통과하여 나와 보니 사고 난 차량들이 길 가에 늘어서 있었습니다. 늦어짐으로 그 자리를 면할 수 있었음은 앞으로 늦어질 때 짜증보다 감사를 기억하라는 교훈으로 받아 드립니다. 그 날 저녁 뉴스에서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은 것이 이번 사고의 요인이었다고 기자는 보도했습니다.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는 것도 늦어짐을 받아 드리지 못하는 이 시대의 조급함 때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 들의 명복을 빕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