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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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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305회 작성일Date 24-08-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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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제자도를 말씀해 주시는 내용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는 적용 불가능한 것처럼 들리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중의 한 가지를 들라면 단연 “너희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을 가지지 말고 여행을 위하여 배낭이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
이는 일꾼이 자기의 먹을 것 받는 것이 마땅함이라”(마 10:9-10)는 명령일 것입니다.
물론 여행을 위해서는 짐이 가벼울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돈주머니에 어느 정도 돈도 있어야 하고,
배낭은 물론 캐리어에 갈아입을 옷과 신발은 필수 아이템들입니다.
이 명령대로 살면 나그네 살이는 되겠지만, 삶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이 내용은 그 당시 선교가 급박한 상황에서만 가능한 삶의 방식이기에 지금 현재에는 적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삶의 방식은 지금 우리 시대에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내용은 특별한 소명으로 부름받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당시나, 지금이나 선교는 늘 급박합니다.

    “특정 소수에게냐, 아니면 모두에게냐?”라는 의문은 이 제자도에 나타난 한 가지 명령을 깊이 숙고해 보면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는 명령입니다. 지팡이가 뭐라고...! 지팡이는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에게 피로를 덜어주며,
발의 실족을 막아주기에 더 멀리, 더 좋은 컨디션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작지만 큰 도움입니다.
그 지팡이마저 가지지 말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더하여 이 명령의 혼란스러움은 복음서 중에 가장 먼저 기록되었다고 여겨지는 마가복음의 내용과 비교할 때 가중됩니다:
“명하시되 여행을 위하여 지팡이 외에는 양식이나 배낭이나 전대의 돈이나 아무것도 가지지 말며 신만 신고 두 벌 옷도 입지 말라 하시고”(막 6:8-9).
 마가복음에서는 ‘지팡이 외에는’이라고 하시는 것을 보면 지팡이는 허용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록 모순이 있지만 예수님께서 분명히 이 두 가지를 다 말씀하셨을 것이며, 그 의중을 모른다면 한쪽을 버리게 되거나 심지어 둘 다 내키지 않아 버릴 수도 있습니다.
고작 지팡이지만 이렇게 두 가지 다른 말씀을 하신 이유를 고민하며 하나님께 묻는 중에 우연히 어떤 목사님의 설교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 하나님의 응답이 있었습니다: “사람은 고작 지팡이 하나만 있어도 그것을 의지하려 들지 하나님을 의지하려 하지 않습니다.
돈 몇 푼, 비빌 언덕, 의지할 사람 한두 명만 있어도 하나님을 찾지 않는 못된 습성이 있습니다.”

    ‘맞다’라고 무릎을 쳤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의 의미가 바로 이것이구나라는 것이 정확하게 와 닿았습니다. ]
전대에 금, 은, 동도, 배낭도,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마저도 의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곧 눈에 보이는 것에 의지를 두는 삶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이 바로 제자의 길임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감히 추측하건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런 심정으로 말씀을 전하지 않으셨을까 생각됩니다.
 “그래, 길을 가며 지팡이 정도는 취할 수 있다. 육신적인 힘겨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며 하나님의 뜻을 더 잘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지팡이마저도 의지의 대상이 되어 하나님께서 공급하시는 힘을 기도하지 않게 되거든 그 자리에서 버리거라.”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