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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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955회 작성일Date 17-03-25 10:53본문
지난 월요일에 에덴 낙원을 방문했습니다. 에덴 낙원은 경기도 이천에 있는 장례전문 교회입니다. 자그마한 예배당 입구에는 ‘부활의 교회’ 라는 이름이 씌어 있었고, 지하에는 안식처(납골당)가 있었습니다. 안내하시는 분의 설명에 의하면 초대교회 성도들의 카타콤(지하묘지)생활을 기념하기 위해 예배당 지하에 안식처를 준비한 것이라 했습니다. 카타콤은 로마의 교회 박해시절 성도들이 숨어서 예배를 드리던 지하 묘지입니다. 성도들은 그 곳에서 비밀리에 모여 사도들의 말씀을 들었고, 예배를 드리고 기도도 하며 신앙을 지켜 갔습니다. 그러다가 로마의 원형 경기장에서 짐승들에 의해 순교한 성도들의 시체를 밤에 몰래 가지고 와서 지하묘지에서 장사를 지냈습니다. 그리고 그 지하묘지의 벽에 어린양 그림을 새겨 놓으며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렸습니다. 몇 년 전 로마의 카타콤을 들어갔을 때, 침침한 빛과 서늘한 공기 속에서 부활을 바라고 죽어간 성도들의 유골을 만져 보게 되었습니다. 직사각형의 네모 난 작은 구멍 사이로 손을 넣었을 때, 그 안에서 잡히는 부드러운 흙들이 모두 성도의 유골이라고 안내자는 설명했습니다. 그 곳은 과연 삶과 죽음이 함께 있는 자리였습니다. 순교 당해 죽은 성도들의 시체를 옆에 두고 순교를 각오하며 사는 성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며 부활을 소망했습니다. 죽은 자는 죽은 자 대로, 산 자는 산 자 대로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며 그 곳에서 그렇게 함께 지냈습니다. 그 곳에서는 육체의 죽음이 아니요, 육체로 사는 것 또한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과연 삶과 죽음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에덴 낙원의 지하에서 카타콤을 본떠서 안식처를 예배당 지하에 두었다는 말에 다시 한 번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 곳에 서 있는 나도 언젠가는 저런 안식처에 한 줌의 유골이 되어 부활을 기다리며 있겠구나 생각하니 내가 살아 있음은 곧 죽음과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건만 나는 죽음이 없는 삶만 생각하며 바쁘게 살아오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살아있는 우리 모두에게는 죽음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이며 삶 또한 죽음의 한 부분일 것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삶과 죽음은 교집합을 이루며 함께 갑니다. 처음에는 삶의 영역이 더 크겠지만 점점 더 죽음의 영역이 더 커져서 드디어는 죽음이 삶을 삼키는 합집합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자는 항상 죽음에게 자리를 내어 줄 준비를 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찾아오는 죽음을 거부하거나 회피하기보다 오히려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맞아 드려야 합니다. 삶도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고 죽음도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은 좋은 것입니다. 삶이 좋은 것이듯, 죽음도 좋은 것입니다. 죽음을 통해서만 영원한 부활이 있기 때문입니다. 삶도, 죽음도, 부활도 모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좋은 선물들 입니다. 우리 교회도 연세 드신 분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이른바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삶의 이야기 보다 죽음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할 나이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죽음을 멀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묘지도 우리가 사는 곳에서 멀리 두려고 합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이 함께 이어져 있듯, 묘지도 우리 사는 곳에서 가까운 것이 성경적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살아가면서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이 부활을 준비하는 성도의 대화일 것입니다. 경기도 이천은 너무 멀고 우리 교회 가까이에도 성도들이 함께 부활을 기다리는 안식처를 마련했으면 싶어졌습니다. 우리 예배당 지하에라도 안식처를 만들어서 죽음을 항상 가까이 두고 사는 것이 부활의 신앙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안식처가 있는 교회, 교회가 있는 안식처, 초대교회 성도들이 남겨 준 카타콤의 교회 모습입니다. 초대교회의 절박한 신앙이 삶과 죽음을 뛰어 넘는 초월적 신앙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신앙은 역시 죽음의 문제에 답을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