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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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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977회 작성일Date 17-03-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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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지난겨울이 그리워집니다. 성탄 전야 교구별 찬양 축제를 온 교회가 함께 즐거워했던 그 때를 생각합니다. 송구영신 예배에서 촛불을 높이 들고 ‘이 해에는 부흥을 주소서’ 라고 외치던 그 때의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라’는 말씀으로 새 해를 열었던 신년 주일 설교는 아직도 제 마음에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겨울에 기도했던 기도 제목들을 생각해 보면 지난겨울이 마치 오래 된 추억 같이 느껴집니다. 중국의 추운 겨울 아침, 딸과 함께 만두집에서 뜨거운 만두를 먹다가 입을 데었던 일도 봄에 돌이켜 보는 겨울의 한 장면 입니다. 아내와 함께 걸었던 제주의 겨울 바다는 아직도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해변, 눈, 인어 공주 동상, 고등어찌개, 바다를 보며 마시던  아메리카노 커피,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 점심 끼니도 거른 채 걷던 올레길, 봄에 돌아보는 겨울의 추억은 또 한 해가 시작 되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합니다. 지난겨울은 동병상련의 자매가 이 세상을 떠난 쓸쓸한 계절이기도 했습니다. 혼자 남은 형제는 봄이 되었어도 아직 겨울에 떠난 아내를 생각하면 밤에 홀로 침대에 드는 것이 무섭다고 했습니다. ‘어느 육십 대 노부부 이야기’라는 노래가 떠오르는 봄 입니다. 아이들이 다 장성해서 가정을 꾸린 후에 두 부부가 서로 의지하며 살자고 했는데 한 쪽이 훌쩍 먼저 떠나버린 겨울은 봄이 되어도 여전히 추위를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제자반과 사랑방이 다시 시작되고 보니 겨울이 이렇게 길었나 싶습니다. 봄이 되어 중단 되었던 모임들이 재개 되고 보니 느긋하게 지나던 스케줄들이 갑자기 바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그 만큼 겨울이 길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여름이 되면 우리는 또 봄을 그리워 할 것입니다. 봄의 생동감을 여름의 지친 한 낮에 그리워 할 것입니다. 봄의 향기, 새싹, 아지랑이, 꽃봉오리, 봄바람의 신선함, 부활절 새벽, 어린이들이 뛰노는 파란 잔디공원, 산책하기 좋은 계절, 그러나 너무 빨리 지나가는 봄을 우리는 여름에 그리워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봄이 지나기 전에 봄을 더 만끽 하고 싶을 뿐입니다. 지나 간 것을 그리워하기보다 지금 나와 함께 있을 때 더욱 사랑하고 즐기고 흠뻑 젖는 것이 지혜입니다. 그래도 봄은 지나갑니다. 그리고 여름도 지나가고 가을이 될 것입니다. 가을인가 싶으면 어느새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세월은 그렇게 조금도 양보 없이 지나갑니다. 돌아보며 그리워하면서 시간을 보낼 뿐입니다. 봄에 겨울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지난 시간들에 대한 미련 때문인가 봅니다. 미련 없이 살았다면 그리울 것도 없이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움은 미련의 또 다른 표현 인 듯싶습니다. 봄에 겨울을 그리워하듯 인생은 지나고 보면 많은 것이 그리울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 한 것 같습니다. ‘지나 간 것은 지나 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라는 저 하고 동갑내기 가수가 부른 노래가 떠오릅니다. 그리움 보다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지난날들의 의미가 오늘의 나를 만들어 가기 때문 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의미가 내일의 나를 만들 것입니다. 봄이 가기 전에 이 봄을 더 깊이 누리고 싶습니다. 시간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며 하나님께서 주신 창조의 시간들을 온 가슴으로 맞이하렵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가슴은 더욱 설레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