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교회

남산교회
로그인
생명의 말씀

목회단상

잔인한 하나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139회 작성일Date 17-02-04 10:01

본문

잔인한 하나님
‘하나님은 너무 잔인하세요’ 죽음을 앞둔 어느 자매님으로부터 들은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하나님을 향해 잔인하다고 했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그 말이 불경(不敬)스럽다거나 불신앙으로 들리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고백으로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밖에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표현할 수 없는 자매의 지나온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결혼 후 첫 아이는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채 자리에만 누워 있다가 열 살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 가슴에 묻혔습니다. 큰 아이의 장례식에서 차마 울기조차도 할 수 없게 지쳐 버린 자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불어 닥친 자매의 신장 투석 12년, 신장 이식 후 10년 째 면역억제제를 먹으며 감기조차도 두려워하며 살아야 했던 시간들, 드디어는 암 투병까지 겪으면서 꺼져가는 생명의 끈을 붙들려 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노심초사 붙들어 왔던 생명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 자매의 ‘잔인한 하나님’ 이라는 한 마디 고백은 자기를 버리는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는 예수님의 고백과 같이 들렸습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나님이여,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하나님을 향해 이렇게 절규하셨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의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자기를 버리시는 하나님께 자기의 영혼을 맡깁니다. 이것은 십자가에서 보여 주신 예수님의 믿음의 극치입니다. 병상에서 꺼져가듯 내뱉는 ‘잔인한 하나님’ 이라는 한 마디 속에도 그 자매가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잔인하다’는 말은 하나님께 대한 원망과 절규 입니다. 그러나 그 잔인하신 분이 여전히 나의 하나님이라고 말 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이 생명의 끈을 놓은 자매를 붙들어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대한 믿음이리라 느껴졌습니다. 나를 버리시는 하나님, 잔인한 하나님, 모두 다 하나님께 대한 인간의 고귀한 믿음이지 않겠습니까? 믿음이란 아름다운 미사어구의 나열이 아니라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떠나지 못 하도록 우리를 붙들어 주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는 것입니다. 믿음은 내가 지키고 만들어 내는 작품이 아니라 낙심과 절망 속에서도 결코 나를 놓을 수 없다고 붙잡고 천국으로 옮겨 가시는 하나님의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집착을 받아 드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잔인한 하나님’ 은 죽음의 순간에서도 하나님을 믿을 수밖에 없는 성도의 또 다른 찬양입니다. 이 고백은 잔인해도 하나님은 나의 하나님 이십니다 하는 고백이며 나를 죽여서라도 하나님의 나라로 데려 가시겠다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눈물입니다. 저는 자매의 죽음 앞에서 그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 붙들어 오신 자매의 일생이 그녀에게는 잔인함으로 표현 되어도 그것은 하나님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었음을 감사했습니다. 이제는 그 잔인한 하나님께서 그 자매님을 영원하고 거룩한 하나님의 성으로 들어가게 하실 것입니다. 유리바다와 낮과 밤이 없는 하나님의 영광만이 비치는 그 곳에서 하나님의 그 잔인함이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가를 자매는 고백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녀를 그렇게 사랑하셨습니다. 잔인하리 만치 사랑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뜨겁게 그 자매를 품에 안아 주시는 하나님의 눈에도 눈물이 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우리를 사랑 하십니다. 잔인하리 만치.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