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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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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942회 작성일Date 17-07-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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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보통 가던 길과는 다르게 용지 호수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좋아하며 따라오더니 조금 가다가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제자리를 맴돌기만 할 뿐, 더 이상 나가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강아지가 가는 쪽으로 따라가 보았습니다. 강아지는 돌아서서 조금 가다가 또 멈추어 서고, 또 조금 가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갈 길을 잃은 강아지 같이 서성거렸습니다. 아마도 강아지가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가려니까 두렵기도 하고 망설이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것이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 나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다고 하면서 내게 익숙한 길은 잘 따라 갑니다. 거기에는 하나님의 인도와 아울러 내가 할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합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혀 가보지 않은 길로 인도 하실 때에는 서성이게 됩니다. 다시 돌아갈까 하다가 멈춰 서기도 하곤 합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전적으로 나의 삶을 맡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길이라도 하나님께서는 잘 아시는 길입니다. 나는 처음 가보는 길이라 두렵고 걱정도 되지만 하나님께서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인도하여 함께 걸었던 길입니다. 마치 강아지에게는 생소한 호수 가는 길이지만  강아지와 함께 가는 나에게는 매일 걷는 익숙한 길인 것과 같습니다. 조금만 앞으로 나아가면 시원한 물이 있고 강아지도 걷기 좋도록 우레탄이 깔린 길인데 강아지는 그것을 모르고 제 자리에서만 맴돌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시편 23:4) 양 들이 지나가는 음침한 골짜기는 양들이 쉴 수 있는 목적지까지 가는 데 꼭 거쳐야 하는 길입니다. 그래서 목자는 자주 양들을 데리고 이 골짜기를 지나 다녔을 것입니다. 따라서 양들에게는 초행길이라 두렵기도 하고 걱정도 되겠지만 목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목자는 골짜기의 지형이나 위험한 자리나 혹은 어떤 짐승들이 살고 있는지 까지 자세히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양들은 목자만 믿고 따라가면 됩니다. 골짜기를 지나면 그들이 쉴 수 있는 안식처가 있다는 것을 목자는 잘 알고 그들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생길에서 가고 싶지 않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게 된다 할지라도 그 길을 인도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믿고 가면 그 골짜기는 사망의 골짜기가 아니라 목자와 함께 넘어가는 즐거운 산책길이 될 것 입니다. 산책이란 매일 가는 길 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같은 운동을 해도 트레드밀 위에서 걸으며 땀을 빼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길 가의 꽃을 구경하며 나무의 파란 잎들도 쳐다보면 불어오는 바람의 시원함도 느끼며 걸어가는 산책은 즐거움이며 사는 행복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을 이런 산책과 같이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땀을 빼야 한다는 의무와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걸어야 하는 운동 기구 위에서의 인생이 아닌, 구태여 목적지를 두지 않아도 얼마든지 걸어가는 산책 자체의 과정을 즐기며 걷는 것이 이미 목적을 이룬 그런 인생을 살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 생소한 길로 인도 하실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 생소함이 우리의 산책길을 더욱 풍성하고 흥미롭게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2017년의 절반을 보내고 남은 하반기 앞에 서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남은 시간들을 또 어떻게 인도하실지 기대를 가지고 하나님과 함께 산책길을 걷듯 따라 가고자 합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