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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방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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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05회 작성일Date 17-05-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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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창들이 만든 카톡방이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헤어진지 45년이 흘렀으니 짧은 머리 소년들이 흰 머리의 인생 노장들이 되어서 아이들같이 카톡방을 만들어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안부라고 올릴 것이 없어서 가끔 성경 말씀이나 묵상 중 깨달은 말씀을 짧게 올리는데 반응은 별로 없습니다. 기독교 학교에서 모두들 성경을 과목으로 배웠지만 신앙과 성경 공부는 역시 별개인 모양입니다. 동창생 중에 카톡방에 노래 동영상을 자주 올리는 친구가 있는데, 다른 친구의 설명에 의하면 그 친구가 공학 박사가 되어서 대학에서 강의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후두에 병이 생겨서 수술을 하면서 성대를 제거했다는 것입니다. 그 후로는 말 도 못하고 강의도 못하고 참 답답하게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친구가 언젠가부터 카톡방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해서 옛날 추억의 노래를 계속 올렸습니다.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에서 부터 비틀즈의 팝송까지 다양하게 올리곤 합니다. 저는 그 친구가 올려온 노래 동영상을 보면서 이 친구가 이 노래를 무척 부르고 싶어서 올렸나 하는 마음에 제가 대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면 마음은 7080 시대 장발족, 생맥주, 통기타, 청바지의 그 시대로 돌아가 있습니다. 이런 봄에는 미팅 팀과 함께 배 밭에 가서 미리미리 미리뽕을 하면서 여학생의 하얀 팔뚝을 때리던 악동 노릇을 했던 추억도 떠오르고 여름이 되면 바닷가에서 텐트 치고 친구하고 단 둘이서 한 달 씩 나가 있던 시절도 기억이 납니다. 그 때에는 집에 있는 것이 싫어서 무전여행이라도 집을 떠나는 것이라면 어디라도 가서 여름을 지내고 왔습니다. 가을의 광화문, 덕수 빵집, 크라운 제과, 서대문 쪽의 무궁화 제과, 주로 빵집을 전전하며 이유 없는 방황을 할 그 때도 노래가 배경이 되어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오르곤 합니다. 겨울에는 수업도 없는 교정의 눈길을 걸으면서 어서 봄이 오기를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긴 방학을 보내면서 외로움과 쓸쓸함을 학교 캠퍼스에서 풀어 보려고 걷던 겨울 교정은 내 마음보다 더 스산해 보였습니다. 역시 학교는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와 오며 가며 부딪히는 생동감이 있어야 좋은 것 같습니다. 지난 것은 모두 아름답게만 남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 인생도 결코 잘 못 산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마지막 세상을 떠나면서 동창들의 카톡방에 ‘귀천’ 이라도 한 귀절 남겨 놓고 간다면 우리의 살아온 길은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말 것입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 상병 시인의 귀천 (歸天)-
우리 형제, 자매들도 카톡방을 만들어서 지난 추억들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다보면 오늘도 훗날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라기대합니다. 성도의 카톡방을 만들면 저도 초대해 주시기를,,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