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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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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09회 작성일Date 17-09-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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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하던 해 아내는 스물 다섯번 째 생일을 맞이 했습니다. 아내의 친정이 가까운지라 장모님께서 저녁 식사를 준비해 두었으니 저하고 함께 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나 남편으로서 결혼 후 처음 맞는 아내의 생일을 제가 베풀어 주고 싶어서 장모님의 식사 초청도 마다하고 아내와 단둘이 생일 식사를 하였습니다. 전세를 얻어 살던 작은 아파트 방에서 둘이 마주 앉아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면서 웬일인지 기도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 당시 교회도 잘 않나가던 제 마음에 하나님께서 기도의 마음을 주셨는지 그 때의 기도가 아직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하나님, 매 년 이렇게 아내의 생일에 우리 부부가 함께 있게 해주십시오’ 라고 기도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내의  생일을 맞이합니다. 벌써 육십 한 번째 생일입니다. 지난 삼십 육 년 동안 과연 저의 기도같이 아내의 생일을 기억하고 둘이 함께 생일 축하를 한 해가 몇  번이나 되었나 생각해 보니 한 두 번 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딸 녀석이 엄마를 위해 케이크를 준비해서 그때서야 오늘이 아내의 생일이었구나 하고 아는 정도였습니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뿐 입니다. 삼십 대에는 직장 생활에 쫓기어  살다보니 아내의 생일도 그저 지나치기 일쑤였고 사십 대에는 외국에서 공부하느라고 다른 데에는 신경도 못 썼고, 오십 대에는 목회 하느라고 성도의 생일은 축하카드를 보내도 정작 아내의 생일에는 꽃 한 송이 선물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제 육십 대가 되고 보니 이제야 말로 아내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아내의 생일을 차려줄 기회도 점점 줄어들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이 삼십 육년이었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은 지내 온 시간 보다  짧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어느 육십대 노부부의 이야기라는  노래 말이 떠올랐습니다. 함께 살아온 시간, 함께 걸어온 인생이 고맙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길이 평탄한 길이 아니고 험하고 힘든 길이었다 할지라도 둘이 함께 지나왔다는 것이 고맙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부부란 그렇게 서로를 향해 고마워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흰 머리를 뽑아주기까지 함께 있어준 것을 고마워하며 말입니다. 서로 남남이던 두 사람이 부부로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감사해 하는 것 같이 하나님과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남이었던 하나님을 내 인생의 주인으로 모시고 함께 살아 온 시간들, 그 시간들이 푸른 초장이건 사망의 골짜기이건 하나님의 함께해 주심이 감사 한 것 같이 하나님도 우리에게 그 길들을 하나님만 의지하고 함께 걸어 온 것을 고마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만 하나님께 감사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도 우리에게 고마워하실 것 같습니다. 부부가 서로를 향해 고마워 하는 것 같이 말입니다. 이 번 아내의 생일은 꼭 제가 챙겨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어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또한 아내와 함께 살아오게 하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이기도 할 것입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