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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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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861회 작성일Date 18-01-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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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그 때 저는 공장의 생산 과장으로 근무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직장인들을 위한 재형저축을 들면서 집 장만의 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 드렸고,  그런 우리들을 사람들은 산업역군이라는 이름으로 추켜세웠습니다. 우리 회사 회장님이 방위성금을 내고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전화를 기다리느라 사무실을 떠나지 못 했다는 소문이 들렸던 때도 그 즈음의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기업주는 정치가들의 눈치를 보고 회사 직원들은 그 기업주에게 충성을 하며 살아가던 때가 1987년 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에 대학가에서는 학생들의 대통령 직선제를 외치는 시위가 한창이었고, 고 박종철 군의 고문치사  사건과 고 이한열 군의 데모 진압용 최루탄에 의한 죽음이 있었습니다. 드디어는 시민들까지 동참하는 거대한 저항운동이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 냈고 국민들 스스로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택하여 오늘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87년의 시민운동이 오늘의 역사에 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역사를 동일하게  살아 왔으면서도 영화 1987을 보며 마치 다른 나라 역사를 보는 것 같은 것은 저에게는 그 현장의 경험이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데모는 젊은 학생들이나 하는 것이지 우리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은 별 관심 없이 뉴스의 한 장면으로만 볼 때, 역사는 본인에게 아무런 감동도 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 1987을 보면서 그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겪어야 했던 이들을 보니 그들을 위해 몇 번의 기도를 드렸던 기억 뿐, 나는 그 역사의  아무런 경험도 공유하지 못 한 것이 못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역사 뿐 아니라  성경의 역사도 같습니다. 성경 속의 하나님이 내 삶 속에 경험되지 않는다면 하나님이 홍해를 가르신 일이나 요단강을 건너게 하신 일,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고 이방 민족들을 처 부순 일들이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 나에게는 아무런 감동도 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성경을 읽으며 살다가 세상을 떠나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내 인생 속에서 일해 오신 하나님의 행위들을 돌아보면 삶 속에서 하나님을 경험 해 보지 못 한 내가 무척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성경 속에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은 바로 우리 인생 속에서 지금도 똑같이 행하고 계심을 믿음으로 보아야 할 터인데 그것을 간과 한 채 나는 나대로 열심히 살아간다면 내 인생은 하나님가 관계없이 살아온 시간들이  되고 말 것 입니다. 고 박종철 군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몸을 던졌던 사람들, 고 이한열 군의 쓰러진 몸을 붙들고 절규하는 동급생의 사진등은 1987을 온 몸으로 살아낸 사람들의 숭고한 모습들 입니다. 우리 신앙도 그렇기를 소원합니다. 하나님의 일 하심에 동역자가 되어 온 몸을 던져 함께 울고 함께 고통하며 주님의 뜻을 이루려 하는 그 모습이야말로 우리 인생을 가장 아름답게 해주는 장면들이 될 것 입니다. 1987년 여름, 고 이한열 군의 죽음 소식 앞에 우리도 거리로 나가서 시위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냐고 소리치던 직장 동료의 얼굴이 다시 한 번 떠오릅니다. 그 때 나도 같이 거리로 뛰쳐나갔다면  영화 1987을 보는 오늘의 감동은 색달랐을 것입니다. 신앙의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사는 것이 인생을 돌아볼 때, 후회 없는 길 이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앙은 어차피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말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한 편의 영화로 편집되어 하나님 앞과 많은 증인들 앞에서 상영될 때, 그 영화가 감동적이기를 바랍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