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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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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869회 작성일Date 17-12-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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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은 명칭이 ‘설렁탕’과 ‘설농탕’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식당에서는 설렁탕이라고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설농탕이라고도 합니다. 서로 자기 식당의 철자가 맞다고 하니 어떤 것이 표준어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명칭이야 어쨌든 우리 마음속에 그려지는 음식은 동일합니다. 뚝배기에 소뼈를 24시간 고아서 낸 육수에 쇠고기 편육을 얇게 썰어 넣어 만든 음식 입니다. 거기에 국수를 넣기도 하고 파를 넣어 밥을 말아 먹기도 합니다. 소금을 넣어 먹기도 하고 소금을 싫어하는 사람은 깍두기 국물을 넣어 간을 맞추어 먹기도 합니다. 설렁탕은 서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20년대, 춥고 배고프던 시절 설렁탕 한 그릇으로 영양분 없는 사람들의 빈속을 따듯하게 채워주던 서민 식사입니다. 학생 시절 주로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다가 설렁탕이라도 한 그릇 먹는 날에는 횡재라도 한 양 몸과 마음이 뿌듯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밥맛이 없거나 간단하게 외식을 할 때에도 설렁탕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우리의 친근한 전통 음식 입니다. 그 날도 이런 생각에 교회 형제와 함께 점심으로 설렁탕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달리 그 날은 만두를 함께 내어 놓는 것 입니다. 그래서 설렁탕에 만두를 넣어서 먹으라는 모양이다 하고 잘 먹고 나왔는데, 나중에 설렁탕 값을 보니 한 그릇이 만 원이었습니다. 갑자기 설렁탕에 대한 배신감이 느껴졌습니다. 서민용 음식으로 누구나 싼 값에 친근하게 먹을 수 있어서 대중에게 사랑 받는 설렁탕의 값을 갑자기 만 원으로 올려놓으니 이것은 더 이상 서민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최근에 먹어 본 설렁탕 가격은 팔천 원으로 기억 되는데, 얼마 간 사이에 만 원이라니 이것은 폭등도 보통 폭등이 아닙니다. 더욱이 소비자가 주문하지도 않은 만두를 겸하여 줌으로써 가격 인상의 이유를 혹시 만두 첨가에 두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괘씸한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장사 하는 분들이야 물가가 오르고 종업원 임금도 오르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비싼 메뉴인 꼬리곰탕이나 도가니탕 같은 것의 값을 올린다면 오히려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은 어차피 비싼 음식이니까 원하는 사람들은 값을 더 주고라도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설렁탕은 그야말로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사람들도 뜨뜻하게 한 그릇 먹고, 추위를 한 때나마 이겨 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비싸면 안 먹으면 되지 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설렁탕을 파는 데도 상도덕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데 이제까지 서민용 음식이라고 사랑받던 설렁탕마저도 가난한 사람들의 손에서 빼앗아 가는 것 같아 참 아쉬웠습니다. 성경은 말하기를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 고 하셨습니다. (롬12:15). 가격이 올라서 설렁탕 한 그릇도 먹기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한다면 그들과 함께 울어주는 마음으로 설렁탕 값만은 올리지 않기를 기도드리고 싶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회라면 아무리 잘 먹고 잘산다고 한 들 하나님의 마음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세상일 것입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가격이 갑자기 폭등해서 이런 글을 쓰게 될지 자꾸만 우리 사회가 각박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립니다. 앞으로 설렁탕 대신 무엇을 먹어야 할지? 적당한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나팔수  강 승 구